가능성의 땅, 아프리카

그러나 우리는 아프리카를 모른다.

 

『검은, 그러나 어둡지 않은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의 질적 도약을 위해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아프리카를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였다.






2013년 9월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떠오르는 대륙, 아프리카가 부른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시각이 ‘절망의 대륙’에서 ‘희망의 대륙’으로 바뀌는 전환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블루오션으로서의 아프리카를 ‘자원개발의 보고’가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 기존의 원조 개념에서 교역 중시로, 사고의 전환을 이룸으로써 아프리카와 상생의 파트너십을 만들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아프리카는 내전과 빈곤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내전과 빈곤은 엄연한 현실이다. 외교부 보도자료가 나간 그해, 2013년 1월에는 말리에서 내전이 발생하였고, 2011년 1인당 GDP 최하위 30개 국가 중 아프리카 국가는 23개나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떠오르는 대륙’이라며 기회의 땅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인 낭만주의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록 내전과 빈곤이 아프리카의 현실일지라도 이것이 아프리카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도 분명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이 ‘검은’ 이미지에 갇혀 제대로 발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절망의 대륙이라는 검은 이미지와 새로운 시장이라는 밝은 이미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 그 어둡지 않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프랑스어권 흑아프리카’인가?

 

그동안 아프리카는 대륙이라는 단일한 대상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는 50여 개가 넘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을 대륙이라는 하나의 틀로 바라보는 것은 아시아라는 틀에서 한국과 아랍을 하나의 개념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왜곡된 접근법은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 서술 대상을 ‘프랑스어권 흑아프리카’에 한정하였다.

프랑스어권 흑아프리카는 말리,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토고, 카메룬 등 사하라 사막 이남의 프랑스 식민지였던 국가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아프리카는 식민지배의 영향 때문에 공용어로 유럽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이다. 그런데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도 알제리로 대표되는 아랍권의 북아프리카와 흑인 중심의 사하라 이남 흑아프리카는 역사적, 인종적,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 책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중에서도 북아프리카가 아닌 흑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추었다.


프랑스어권 흑아프리카의 특징은 프랑스어 상용으로, 프랑스는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식민지에 프랑스어 학교를 세워 동화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프랑스 식민정책의 특수성으로 인해 프랑스어는 흑아프리카의 발전에서 양날의 검으로 남아있다. 프랑스어 사용은 이 지역이 프랑스에서 독립한 후에도 식민의 유산인 동화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식민의 유산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여 필요에 따라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프랑스어 사용에서 나타나는 굴레와 역동성을 함께 알아보는 것은 냉소적 비관주의와 근거 없는 낙관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불어문화권연구총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문화권연구소는 1989년 설립되어 전문학술지 《불어문화권연구》를 중심으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 프랑스어권 지역의 문화 전반에 대한 학제적·종합적 연구를 수행해왔다. 지역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문화 상호 간의 관심과 이해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는 오늘날의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불어문화권연구총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는 그간의 축적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촉발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의 일환이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퀘벡, 카리브 해 지역 등의 문화 현상 전반, 언어·문학·예술·역사·사회·정치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 현실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의 저작들을 계속 발간해 나갈 것이다.     




검은 그러나 어둡지 않은 아프리카

저자
이영목, 오은하, 노서경, 이규현, 심재중 지음
출판사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4-04-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가능성의 땅, 아프리카 그러나 우리는 아프리카를 모른다.[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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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요기와 뒷이야기의 르네상스가 아닌 
생각과 글로 읽는 개념의 미술사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신준형 교수가 20여 년간 르네상스 미술사를 연구하며 길어낸 결과물을 세 권의 책으로 묶었다. 3권 『파노프스키와 뒤러―해석이란 무엇인가』는 2004년 『파노프스키와 뒤러―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그해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2권 『루터와 미켈란젤로―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 역시 『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라는 제목으로 2007년 출간되어, 2008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이는 한 저자가 같은 공부 길에 쓴 두 권의 책이 모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기록이었다. 기존의 저작들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개정작업과 더불어, 2013년 새로 집필한 1권 『뒤러와 미켈란젤로―주변과 중심』을 더해 르네상스 미술사를 연구해온 긴 여정을 일단락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 르네상스와 바로크에 오랜 시간 천착한 그의 글은,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자기 성찰로 시작해,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는 무엇인가라는 깊은 고민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편 미술사’의 탄생,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3부작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는 저자가 위스콘신에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던 1998년 봄과 여름에 시작되어 2013년 봄에 완결된다. 학부생 시절부터 어림잡아 20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초판이 출간된 순서는 지금의 시리즈 순서와는 정반대인데, 가장 먼저 『파노프스키와 뒤러―해석이란 무엇인가』(『파노프스키와 뒤러―르네상스 미술과 유럽중심주의』라는 제목으로 2004년 출간)가 나왔고, 뒤를 이어 『루터와 미켈란젤로―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천상의 미술과 지상의 투쟁―가톨릭개혁의 시각문화』라는 제목으로 2007년 출간)이 나왔으며, 지난해 신간 『뒤러와 미켈란젤로―주변과 중심』이 나왔다. 


1권 『뒤러와 미켈란젤로―주변과 중심』은 문화의 주변부와 중심부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한 르네상스 미술사다. 완벽한 르네상스인이 되려고 했던 ‘주변’의 뒤러와 르네상스를 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 ‘중심’의 미켈란젤로. 동시대의 두 위대한 미술가를 통해 북유럽과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2권 『루터와 미켈란젤로―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은 종교투쟁이라는 사건을 통해 본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사다. 종교개혁은 천 년 넘게 서구의 보편(Catholic)으로 군림해온 한 종교의 체질을 바꾼 사건이다. 이때 신교와 구교는 미술을 부정하거나 옹호하는 행위를 통해 정치적 이념을 강력하게 선전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은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과 예술의 이상이 가장 교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3권 『파노프스키와 뒤러―해석이란 무엇인가』는 하나의 해석이 어떻게 보편 지식으로 올라서는지 추적한다. 20세기 초 독일 출신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는 같은 독일 태생 화가 뒤러를 통해 르네상스 미술사를 정립해나간다. 그의 도상 연구 ‘아이코놀로지’는 르네상스 미술사를 읽는 모범답안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르네상스를 서구 이성의 승리로 보는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관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에서 저자의 문제의식은 책 전체를 통과하며 무르익어 간다. 나아가 한 권의 책은 그 안에 또 다른 책의 문제의식을 싹틔우고 있다. 우리는 따로 떨어진 세 권의 책을 읽을 뿐이지만, 전문 연구자의 길을 간 한 사람의 20년 세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셈이다. 문학에서 근대적 의미의 소설, 즉 장편소설은 그 안에 ‘시간’이 흐르는지를 두고 판단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물의 변화를 담아내는 것이 장편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는 ‘장편 미술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종종 인용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처럼, 세 권의 책을 거쳐 우리가 다다르는 곳은 신준형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르네상스 시기 미술에 대한 총체적 이해다. 

3부작을 잇는 시작과 끝, ‘주변’이라는 인식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는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종합안내서가 아니다. 세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르네상스 미술의 A부터 Z까지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다. 다른 누구의 미술사가 아니라, 신준형이 쓴 미술사, 그가 가진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르네상스 미술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미술사인가? 
미술사가 주변적인 학문이라면, 한국에서 서양 미술사는 더더욱이나 주변적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 르네상스 미술 연구자로 살아가는 저자 또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업으로 하며 산다는 것. 그게 바로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자, 책의 출발점이다. “제가 처음에 서양 미술사를 공부한다고 했을 때, 다른 인문학을 하는 분들이 저에게 해준 말씀이 ‘한국 사람이 서양 것을 하면 일생 전달자 노릇밖에 못 한다’는 것이었어요. 서양에서 이러저러한 것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달해주는 것. 예전에는 그 정도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부록 「저자와의 대화」, 57쪽) 
어찌 보면 3부작이 ‘뒤러’로 시작해서 ‘뒤러’로 끝나는 것은 딱 맞는 귀결이다. 뒤러는 서양 고전문화의 중심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 독일 출신의 화가이기 때문이다. 뒤러는 자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중심에 들어가겠다는 자의식으로 불타오르는 인물이었다. 그가 베네치아 여행 중에 그린 《장미 화관의 축제》(1506)를 보면, 독일에서 유래한 묵주기도라는 주제라든지, 당시 독일 땅의 황제나 가신들 얼굴을 곳곳에 집어넣는 등 독일성이 한껏 드러난다. 그러나 그런 주제의 그림을 베네치아적인 화려한 원색으로 그려낸 점은, 베네치아 그림보다 더 베네치아적인 그림으로 본때를 보여주리라는 강박을 반영한다. 책에서는 독일 유대계 출신으로 2차 대전 때 미국으로 망명한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가 뒤러를 연구의 본령으로 삼은 데에도, ‘중심에 필적한 주변’ 뒤러를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여긴 것이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한국어로 하는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대상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있을까? 하나는 뒤러식 접근, 즉 “서양 언어로 쓰이는 논저들에 필적하는 수준을 지향”하며 “최선을 다해서 한국어로 양질의 연구 저술을 써나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쉽게 소개하고 가르친다는 자세로 저술이 임하는 것”이다. 저자가 앞에 썼던 두 권의 책, 지금의 『파노프스키와 뒤러―해석이란 무엇인가』와 『루터와 미켈란젤로―종교개혁과 가톨릭개혁』은 첫 번째 방식을 염두에 둔 것들이다. 

이후 자신의 미술사 쓰기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가장 나중에 쓴 『뒤러와 미켈란젤로―주변과 중심』에서는 앞의 두 방식이 아닌 제3의 방식을 시도했다. 중심인 체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 채로 쓰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 학자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하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것을 써보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뒤러와 미켈란젤로를 주변과 중심에 배치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계에 부딪친다. “그런데 서양 학자들은 물어보지 않는 질문이라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별로 대단치 않은 아마추어적인 질문일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제가 뒤러와 미켈란젤로를 주변과 중심의 시각에서 본 것도 서양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이야기죠.”(부록 「저자와의 대화」, 57쪽) 
3부작을 마무리한 시점에 새롭게 찾은 길은 교류사다. 그는 “서양 학자들은 동양을 몰라서, 동양 전공하는 사람들은 서양을 몰라서 못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 그리스도교 미술의 동아시아 전파, 미술에서 일어난 혼혈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르투갈어를 새로 배웠고, 오래전에 익힌 일본어를 다시 들춰보았다. 이 공부가 또 어떤 길로 접어들지 알 수는 없지만, 신준형의 공부는 한국에서 서양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 연구에서 종종 소외되는 ‘나’, 즉 연구 주체를 되살려낸 점에서 그렇다. 
자기 문제의식. 그것은 자기 한계이기도 하지만, 모든 출발은 거기에서 이루어진다. 학문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거창하다면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훌륭한 학자들은 일생 자기를 떠나지 않는 문제의식 하나를 붙들고 씨름한다. 자기 한계를 확인하고 자기를 부정하는 공부는 매번 고통스러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흔히 볼 수 없다. 수상한 인문학 열풍이 부는 지금,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가 우리에게 귀한 이유다. 




신준형의 르네상스 미술사 세트

저자
신준형 지음
출판사
사회평론 | 2014-04-1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눈요기와 뒷이야기의 르네상스가 아닌 생각과 글로 읽는 개념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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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지는 청춘의 멘토


영국 웨일스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일생 덕분에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가졌던 사람”이었다.

러셀은 스승인 화이트헤드와 함께 10년에 걸쳐 집필한 『수학원리』를 펴내 세계적인 수학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20세기 영미철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분석철학의 기초를 다지는 업적을 남겼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징병 반대 문건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거부해 케임브리지 강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하고, 반전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 형을 선고받아 투옥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레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노르웨이로 가는 수상비행기가 사고 났을 당시 흡연 칸에 탄 덕분으로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그의 삶은 인류의 파국을 막는 일에 집중된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세계 각국에 핵무기 위험성과 전쟁 회피의 중요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도해 89세의 나이에 1주일간 투옥되기도 했다. 케네디 암살 진상 조사를 후원하는가 하면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반대해 94세의 나이에 ‘베트남 연대 운동’을 시작했다. 죽기 전날까지도 중동 지역의 평화를 당부하는 글을 쓰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러셀은 1964년과 1971년 두 차례에 걸쳐 마하트마 간디, 존 F. 케네디, 마틴루터 킹, 알버트 슈바이처 등과 함께 ‘미국 대학생이 뽑은 10대 영웅’에 이름을 올렸다. “평화주의, 비폭력, 피압박층에 대한 도움, 열패자에 대한 관심 등을 주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의 지성,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 역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러셀을 꼽는다.

러셀에 대한 흠모와 관심은 국내에서도 이에 못지않았다. 한국 법학계에서 형법의 대가로 첫손을 꼽혔던 서울대 김형두 교수는 고교시절 식민지 소년으로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접한 버트런드 러셀의 책이 낙천적 성격을 가져오게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으며, 통섭의 전도사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어린시절 러셀의 빛나는 지성과 유려한 글에 이끌려 러셀처럼 글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삶을 꿈꾸었노라고 고백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도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사로 버트런드 러셀을 꼽았다.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세계적인 명성과 존경을 얻으며 아흔여덟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던 버트런드 러셀이기에 그의 삶의 궤적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청춘의 귀감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길을 찾는 청춘을 위한 인생 교과서


1950년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입증하듯이, 러셀은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러셀 자신이 말년에 완성한 자서전은 수학 공식처럼 명쾌하고 깔끔한 문체, 재기 넘치는 표현, 위대한 학자치고는 너무나 진솔하고 따뜻한 인간성으로 가득 차 있다. 러셀의 일생을 거쳐 간 수많은 폭풍우와 일화들이 눈앞에 보듯 선명하게 회고되고 있는 자서전은, 비범한 사람의 비범한 인생을 그린 20세기의 가장 감동적인 자화상이자 20세기 지성사를 꿰뚫는 자서전으로 알려져 있다. 수학과 철학, 사회학, 교육, 종교, 정치, 과학 분야의 저서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맥락, 아인슈타인, T. S. 엘리엇, 디킨슨, 케인스, 화이트헤드, 조지프 콘래드, 비트겐슈타인 등 20세기의 거인들과의 교류한 이야기는 러셀의 인생이 20세기 지성사 그 자체임을 실감케 한다. 또한 전쟁으로 치닫는 불행한 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던 러셀의 삶을 통해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핵 철폐운동,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등의 근원들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삶이 가지의 목적에 헌신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는인간이 과연 어떤 것을 이해할 있는가였으며, 하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있는가였다. 그리고 당당히 말한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라고.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러셀이 자서전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아름다운 연인들과 수학의 확실성을 사랑했고, 고통 받는 세계를 아파했다. 극단의 시대에 개인의 탁월함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조화시키고자 노력하고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안녕을 함께 고민한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러셀은 개인의 자유를 믿는 동시에 사회가 약자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과 사회 모두를 지키고자 했고 어느 한 쪽을 희생하는 어떤 방안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보의 선두주자였지만 소련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이러한 러셀의 인생은 오늘날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참여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셀의 파란만장한 백 년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인생은 뜨겁게』는 대학생과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삶을 꿈꾸게 하면서도 인생을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인생 교과서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책이 될 것이다. 




인생은 뜨겁게

저자
버트런드 러셀 지음
출판사
사회평론 | 2014-02-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가슴 뛰는 삶을 꿈꾸는 청춘을 위한 인생 교과서20세기에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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