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고학"하면 『한국고고학강의』

“한국 고고학”을 알고 싶다,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관련 책을 읽는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한국 고고학에 대한 개설서로는 故 김원용 선생의 『한국고고학개설』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80년대 말에 3판이 나오고는 개정되지 않았으니, 근래의 고고학 연구/발굴 성과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필요에 바탕해 2006년에 나온 『한국 고고학 강의』는 그 오랜 기다림에 부응하는 내용으로 한국 고고학의 대표적 개설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남아 있던 아쉬움, 흡족히 채워준 개정판 
 
초판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고, 이후의 조사,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내놓은 것이 『한국 고고학 강의』 개정신판이다. 한국 고고학의 공간적, 시간적 범위를 확대하여 다루었으며(초판에 없는 고려·조선시대가 추가되었다. 다만 그 연구 성과가 아직 다른 시대와 같은 수준으로 다룰 만큼은 되지 않아서 부록으로 다루었다), 따로 박스를 설치하여 주목되는 특정 이슈들을 다루었다. 용어에 있어서도 널리 쓰이는 것들로 통일하여 사용하였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고고학 자료에 대한 기술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문헌기록은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남기고 싶어 했고 보이고 싶어 했던 바에 따라 그 내용이 결정되어 우리에게 전해지지만, 고고학 자료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가감 없이 물질적인 증거로서 남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모습을 좀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고고자료를 어떠한 시각에서 해석할 것이냐 하는 학문적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이를 논외로 두더라도 정치 등 외적인 요인이 학문의 해석에 개입하는 일이 있고, 학계의 엄밀한 검증 이전에 공식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객관적 서술을 위한 노력은 개설서의 기본에 충실한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 비단벌레 날개 장식 말안장

경주 황남대총(삼국시대-신라, 본문 348쪽 그림 242)

경주 시내에 있는 황남대총(皇南大塚)은 남북 길이 약 120m, 높이 23m에 이르는 매우 큰 무덤이다. 1973~75년에 발굴조사되어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비단벌레 날개 장식 말안장”이다. 비단벌레는 딱정벌레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고 몸길이는 3~4㎝, 초록색 또는 금록색으로 화려한 광택을 지니고 있다. 이 벌레의 날개로 장식한 말안장은 수 천마리의 날개에서 나오는 자연적인 광택이 아주 화려하면서도 특이하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 비단벌레 날개 장식 말안장과 비단벌레(위), 복원품(아래, 삼국시대-신라, 화보 14)


그런데 한 가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유물이 나옴으로써 비단벌레의 국내 서식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비단벌레 날개를 이용한 유물이 발견된 예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에는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유물들이 있어 비단벌레가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고 일본에만 서식한다고 알려졌다. 황남대총에서 수 천 마리의 비단벌레 날개를 사용하여 장식한 말안장 앞막음인 전륜(前輪)과 뒷막음인 후륜(後輪)이 출토되면서 비단벌레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하게 전개된 것이다.
결국 전남 백양사 일대 등 남부지방 여기저기에서 서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유물이 발굴되면서 당시 비단벌레가 일본산이라는 주장은 수정되었다. 2008년 10월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되었다.


함안 마갑총의 말갑옷

통구 12호분 무사도(삼국시대-고구려, 본문 254쪽 그림 166)

고분벽화에 묘사된 고구려 무사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는데 몸체는 물론 목과 팔, 다리까지 모두 갑옷으로 가렸다. 말도 머리에 말투구를 씌우고 말갑옷을 입혔다. 그러나 고구려의 갑주가 완전하게 출토된 예는 없어 실물자료는 매우 빈약하다.

경상남도 함안은 아라가야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고 가야시대 고분이 많이 있다. 1992년 함안 도항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배수관 공사를 위해 굴착기로 땅을 파헤치는데, 퍼올려진 흙에서 토기와 철기가 함께 나뒹구는 모습을 마침 신문 배달하던 고등학생이 발견하였다. 이 소식은 다행히도 역사학을 전공했던 지국장에게 전해졌고, 함안군청에 신고됨으로써 역사적인 마갑총의 발견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말의 갑옷이 발견된 무덤이라 마갑총이라 불리게 되었다. 




김해 덕산 출토 기마인물상 토기(삼국시대-가야, 화보 15)


발견된 말갑옷은 머리, 목, 가슴, 몸통 부분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완전한 형태였다. 부위 별로 갑옷 비늘의 크기를 달리해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아라국 기마전사의 모습은 김해에서 출토된 국보 275호 기마인물상토기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말의 좌우에 5단으로 된 말갑옷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 권의 책에 쏟은 시간, 열정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시대적 의무"
 
초판이 나오고 3년 반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작업들을 생각해보건대 달리 말하면 그 3년 반 동안 개정판을 준비했다고도 할 수 있다. 편집자로서 편집위원회 모임에 함께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선생님들께서 이야기했던 “연구자로서의 시대적 의무”라는 말이다. 다양한 시대를 연구하는 여러 연구자들이 한 권의 책에 쏟은 그 시간과 정력이 그 한마디 말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글 | 학술팀 명륜동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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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거북이 2011.03.02 23:33 신고 / Delete / Reply

    명륜동 전지현이 얼굴만 이쁘신줄 알았더니 글이 더 예쁘시구나!!!! 그걸 왜 숨기고 있으셨나?

  2. 명륜동 전씨 2011.03.09 14:43 신고 / Delete / Reply

    ㅎㅎ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드는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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