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유쾌하다?!

<유쾌한 감옥>.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감옥생활을 경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유쾌한’ 수감생활의 주인공은 오로빈도 고슈입니다. 이름도 특이하죠? 인도 사람이랍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이 사람이 감옥에서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여 책으로 냈느냐 하면요. 우리가 인도의 독립운동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마하트마 간디일텐데요. 오로빈도는 간디보다 앞선 시대에 인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사람으로 인도의 영적 지도자였습니다. 후에 간디의 비폭력평화주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은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나라 조선시대 태종이 닦아놓은 나라의 기반 위에 세종이 그 꽃을 활짝 피우며 ‘세종대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듯이 말입니다.

독립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오로빈도 역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투옥됩니다. 오로빈도는 반영무장투쟁 그룹의 정신적 지도자였기 때문에 가장 무서운 형벌인 독방에 감금됩니다. 인도인이었지만 상류층에 속했던 오로빈도는 식민당국인 영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유학했고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 칼리지를 졸업한 인물이었습니다. 상류층의 특권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으나 기꺼이 자신의 지성과 열정을 조국의 독립 운동에 바친 사람인데요.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지독한 독방생활을 견디기는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처절한 고통의 끝에 다다른 초월의 경지

먹을 수 없는 음식과 누울 수 없는 자리, 무엇보다 비좁은 공간에 홀로 갇혀 있어야 하는 고통에 오로빈도는 조금씩 실성해가는 자신을 느낍니다. 그런데 고통에 빠져 며칠을 보내다가 의식이 뒤엉켜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드는 순간, 바로 지옥의 끝에 닿은 듯한 그 찰나에 오로빈도는 모든 고통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로빈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신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인도는 힌두교가 국교랍니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 열반에 이른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 오로빈도에게 이제 감옥생활의 고통은 오히려 우스운 일에 지나지 않게 되고, 그의 정신은 더욱 맑고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오로빈도와 동료들은 따로 감금되어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공판 장소를 오히려 반겼고, 만나면 큰 소리로 웃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느라 바빴습니다. 공판이 거듭될수록 그들에게 재판 자체는 시시한 쇼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나중에 그들은 자신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재판장에 앉아 느긋이 철학책을 읽기까지 합니다. 말 그대로 ‘유쾌한’ 감옥생활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1년 후 그는 무죄석방됩니다. 감옥에서의 수기로 더 유명해지고 내면이 더욱 단단해진 그는 출옥 후에도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합니다.

2011년, 우리가 오로빈도에게 주목하는 이유

힌두교인이 아니기에 오로빈도가 경험한 신성한 경지를 100%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고 더 높은 차원의 정신력,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깊이 있는 유머와 여유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고매할 수 있는지 증명해준 오로빈도이기에 저급한 현대 문화 속에 휩쓸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우리 역시 과거에 식민지배의 아픔을 겪었지요. 비록 영성으로 인내해낸 오로빈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고귀한 지성의 힘만큼은 우리 선조들에게서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편, 영성이라는 것도 우리 모두 자신의 정신과 영혼에 대해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낯선 이야기만도 아닐 것입니다.

오로빈도는 우리 인간이 ‘외계의 감각에 갇혀 감옥살이를 하는 수인(囚人)’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쫓기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지요. 번역을 해주신 김상준 선생님께서도 그래서 바로 지금 이 책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계십니다. 물질만능주의와 타인의 평가 속에 갇혀 죄수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로빈도가 이야기합니다. 감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는 게 감옥 같다면 그 감옥, 유쾌하게 즐겨라!


글 | 학술팀 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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