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것, 그것도 판매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 가능한 일일까요?

사실, ‘공짜 마케팅’은 여러 사례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검증된 마케팅 방법입니다.  이 ‘공짜’ 전략의 핵심은 제품의 무료 배포를 통해 제품 인지도와 독자 친밀도를 높인 후,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데 있죠. 물론, 중독성을 낳거나 최소한 연속적인 구매가 가능한 소비재 상품의 경우에 한합니다. 

반면, 한번 이용하면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컨텐츠의 경우에는 이 '공짜 배포' 전략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법복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출판계에서는 거의 자살행위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출판에서 '공짜 배포' 전략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한 흥미로운 실험이 눈길을 끕니다.

 ☞ 논문 보기 :The Short-Term Influence of Free Digital Versions of Books on Print Sales

실험은 "What happens to book sales if digital versions are given away?"(디지털 책을 공짜로 줘버린다면, 책 판매가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실제 출간되고 있는 책을 디지털로 무료로 제공합니다. 이후 공짜 책을 배포하기 전 8주와 배포 이후 8주의 판매량 비교를 통해, 출판에서 공짜 배포 전략의 효과를 실험하는 것이죠.

  ▶디지털 무료 버전을 배포하기 8주 전의 판매량과 8주후의 판매량, 그리고 증감을 나타내는 표입니다. 
    
한 권을 제외하고, 대부분 배포 이후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 41개의 타이틀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는 놀랍습니다. 실험의 대상이 된 대부분의 타이틀에서, 책의 판매량은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하거나, 이전의 판매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책은 출간 시점 후 1-2주를 정점으로 이후 판매량이 감소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버전이 배포된 이후에도 판매량이 그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증가한다는 것은, 출판 분야에서 공짜 배포전략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책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공짜 배포 전략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 IT 잡지 WIRED의 편집장인 Chris Anderson은 자신의 책 'Free'를 출간하면서, 이 책의 디지털 버전을 공짜로 제공했다는군요.

책 전체 내용을 무료 PDF 파일로 제공한 이 책은 오히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며,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Free'라는 책 제목에 걸맞는, 참 재미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겠죠?

비록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분석 결과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논문은 공짜배포 전략에 대해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출판 분야에서도 '공짜 배포' 전략을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고려해 볼만 하다는 얘긴데... 과연 마케팅 담당자가 사장님들께 그같은 제안을 할 때 그 자리가 무사할지는 장담할 수 없네요. ^^

☞ 관련기사: ‘공짜 배포’로 돈버는 모델들(블로터닷넷) 

글 | 디지털사업부 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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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뜨인돌 2010.04.07 09:17 신고 / Delete / Reply

    ㅋㅋ 재밌습니다... 근데 논문을 당최 읽을 수가 없잖아요...ㅠㅠ

    • ㅎㅎ, 논문은 사실 뭐 저도 대충 읽은 내용입니다. 요즘들어 트윗을 통해, 영어자료가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는 통에, 저도 읽어야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럴땐 이 정보화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

      by 똘씨 at 2010.04.07 10:01 신고 / delete
  2. 예문당 2010.04.07 11:43 신고 / Delete / Reply

    흥미로운 실험인데 국내에서 실행해 본다면 제 생각에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해봐야 알겠죠. ^^;
    마지막 문구에서 빵 터지네요. 마케팅 담당자분께서 무사하길 바랍니다.

    • 으하핫..!!! 제가 마지막 문구는 제가 쓴 건 아니고요, 출판사 분위기를 오해할까봐 수정할까 했어요. 진지하게...!!국내 실행 자체가 조금 힘들 것 같기는 합니다.!! 저자와의 문제도 그렇고요. 위의 Free도 미국에서만 무료로 배포하고 있더군요. ^^

      by 똘씨 at 2010.04.07 11:52 신고 / delete
  3. 이야기손 2010.04.07 18:40 신고 / Delete / Reply

    흥미로운 실험이군요 ㅎㅎ
    그런데 그만큼 컨텐츠의 질이 더 중요한것 같아요
    저런식으로 승부하려면 무엇보다 질이 검증되어야겠지요
    아직은 이북 시작이 발달하지 못해서 pdf로 책을 읽기는 불편하지요
    그런 면에서
    무료 배포된 책을 보고 컨텐츠의 질을 따져서 필요하다 싶을 경우 구매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 적극 공감합니다. 전자책 혹은 콘텐츠의 편의성이 확대되면서, 콘텐츠로 수익을 내거나 유료화 할때는 그만큼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출판사에서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때는, 자신있게 무료로 공개해도 되겠지만, 제 자리가 무사할지..ㅎㅎ

      by 똘씨 at 2010.04.08 08:55 신고 / delete
  4. e비즈북스 2010.04.11 12:56 신고 / Delete / Reply

    1.
    몬티 파이튼 그룹이 고화질 UCC로 자신들의 작품을 공개하자 오히려 DVD 매출이 상승했다거나
    mp3로 인해 진흙탕이 된 음악 시장에서 음원 공개라는 반대의 행보를 통해 살아남은 나인인치테일 등은
    무료 배포를 미끼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불법 복제도 막은(불법 복제보다 질이 뛰어나기에) 좋은 사례지요.


    2.
    독서란 독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들어가야 가능한 매우 능동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물성이 제거되고 고스트만 남아도 어차피 보는 사람만 보리라는 점,

    E북 시장의 핵심은 그릇의 전환이 아닌 유통 질서의 재편과 생산 주체의 주도권 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인터넷서점에서 포털 사이트들이 재미를 보는 키워드 광고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 등을 고려할 때

    열린책들의 666 저가정책이나 책의 내용 일부를 블로그 등에 꾸준히 연재하는 방식도 괜찮다고 봅니다.

    3.
    불법 배포를 사실상 용인한 한글과컴퓨터의 한글이 문방사우 등을 누르고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사례가 될지
    3000장 팔고 국내 패키지 게임의 사망을 선고하며 불법복제가 소용없는 온라인게임에만 집중하는 손노리의 사례가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요.

    • 무료배포에 대한 깊은 분석 감사드립니다. 다른 시장과 비교해볼 수 있어, 참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나인인치네일이나, 한글과 컴퓨터의 예는 흥미롭네요. 특히 디지털 콘텐츠에서 본다면, 출판을 다른 시장과 얼마나 차별화하여 생각할 것인지가, 참 중요한 일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측면을 어느정도까지 감안해야 할 것인지가, 다른 시장을 참조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네요. 한편으로 생각해본다면,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독서라는 것- 혹은 콘텐츠를 읽는 수용자의 태도나 기준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이런 기준에서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인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로그 연재라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by 사평 at 2010.04.12 09:14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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