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이야기

한편, '몽유도원도'라는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또한 흥미롭다. 동양화에도 그림을 그리는 법, 반대로 말하자면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그림을 읽는 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방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면서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몽유도원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이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가지고 있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왼쪽의 현실세계부터 오른쪽의 도원까지 이어지는 그림이다.

또한 무릉도원 고사에서 비롯된 도원도에 등장하기 마련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안평대군이 지극히 아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안견의 작품 가운데 '몽유도원도'가 유일하게 진작으로 밝혀진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어느 틈엔가 작품이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그림을 다시 사들일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다시 반출되어 오늘날 일본의 어떤 사립대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 등 스토리가 다양하고 흥미롭다.
 

 스토리가 없는 아름다움은 기억되기 힘들다

자고로 스토리가 빠진 명품은 없는 법이다. '모나리자'를 보면 다 빈치에게 그림을 얻어내기 위해 프랑스의 왕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책으로 한 권이다. 모나리자의 모델이 다 빈치의 애인이다, 아니다 남자다, 모나리자는 이빨이 없어서 웃으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눈썹이 없는 것은 당시 유행하던 화장술이었다, 아니다 눈썹이 빠지는 병에 걸려서 그렇다, 모나리자의 진품은 따로 있다 등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고 최근에 발생했던 도난사건까지 한몫하면서 '모나리자'는 자신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까지 제공한다. 이렇게 ‘스토리 없는 명작은 없다’는 명제는 반대로 생각하면, 명작이 되려면 스토리가 꼭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스토리가 없는 아름다움은 기억되기 힘든 법이라는 얘기. 그런데 이 책 <안견과 몽유도원도>는 작가 안견과 작품 '몽유도원도'에 대해 풍부한 스토리를 학문적으로 검증해주고 있다. 즉 이제 '몽유도원도'는 이 책으로 인해 검증된 스토리를 얻게 된 것이다.


 
한 명의 작가와 한 점의 작품을 파헤친 한 권의 책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명의 작가와 한 점의 작품을 가지고 집필된 한 권의 책이 우리 미술사에 있었는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미덕은 바로 한 명의 작가와 한 점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집필할 만큼 풍부하게 연구해 그 결과를 풀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우리는 명작, 명품이 없다고 툴툴댔지만, 막상 명작과 명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명의 작가를 꾸준하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한 점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정리해서 검증하는 작업은 어쩌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유려한 문장력과 박학다식함을 뽐내며 동서고금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고, 모양새 좋고 주목받기 쉽게만 책을 쓰면 일약 스타 저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찾아내어 증명해야 했던, 혹 그러다가 오히려 명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었던 묵묵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저자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스토리를 검증받았고, 그렇게 검증된 스토리는 명작을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2009년 ‘몽유도원도’ 한국 전시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출처 http://blog.naver.com/minseok98/130079493662)

2009년에 있었던 '몽유도원도' 한국 전시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4~5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작품을 보려고 했었다. '몽유도원도'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기억되는 명작이 될 수 있는 가치가 발견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줄 강력한 토대가 될 수 있는 이 책의 존재감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안견과 몽유도원도>를 읽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안견과 몽유도원도>는 기본적으로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책이라 어렵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한국미술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는 읽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본좌와 같은 초심사가 손에 잡기는 부담스러운 책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읽을 책도 아니다. 본좌가 드리는 몇 가지 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뚝딱 한 권을 읽게 된다. 일단 이 책은 앞에서부터 읽으려고 하지 말고 별도의 순서를 정해서 읽는 것이 좋다.

1. 먼저 부록을 펼치자. 부록에는 저자가 일반 대중매체인 신문, 잡지 등에 안견과 '몽유도원도'에 대해 기고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원 텍스트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한자를 그대로 사용해 다소 읽기 어려운 점은 있으나 내용 면에서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2. 부록을 읽었다면(영문 논문은 제외다 ^^;;) 3장과 4장을 그 다음으로 읽는다. 3장은 안견에 대한 소개이고 4장은 '몽유도원도'가 지금 일본에 있는 이유를 밝혀주는 글이다.

3. 이렇게 3, 4장을 읽었다면 5, 6, 7, 8, 9장을 순서대로 따라간다. 5장부터 9장까지는 '몽유도원도'에 대한 분석과 안견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에 대한 소개, 안견화풍의 영향에 대한 글이다. 5장부터는 한국미술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텍스트이지만 도판을 보는 즐거움으로 읽어나가도 괜찮을 것이다.

4. 마지막으로 2장을 읽는다. 2장은 안견이 활동하던 시대상에 대한 텍스트로 안견과 '몽유도원도'에 대한 역사적, 특히 미술사적인 배경을 해설한다. 배경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텍스트이지만 앞서 읽은 순서대로 안견과 '몽유도원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책을 거꾸로 읽는다는 생각을 하면 본좌와 같은 초심자도 도전해볼 수 있는 텍스트이다.



글 | 학술팀 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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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양 2010.09.10 09:45 신고 / Delete / Reply

    몽유도원도 @_@ 그윽한 것이...멋져요..정말 사람이 없어서 그냥 그림만 보고는 어디서 출발을 하는지 그런 건 생각도 안 들던데요, 읽고 나니...왼쪽이 스타트 지점이군요 ㅋㅋㅋ 우리나라로 돌아왔으면 ㅠ

  2. 수류화개 2010.09.10 09:51 신고 / Delete / Reply

    저도 그때 중앙박물관에 가서 <몽유도원도>를 친견(?)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보관상태도 좋았고, 그 방면에 문외한이 제 눈에도 명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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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작품을 대라면?

‘루브르’라는 단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써 넣으면 연관검색어로 무엇이 뜰까? 가볍게 검색 버튼을 클릭하면 루브르의 대표적 소장품인 '모나리자'가 산뜻하게 뜬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써 넣으면 무엇이 뜰까?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 ‘국립중앙박물관 가는 길’이 뜨더니 다소간 생뚱맞아 보이는 ‘예술의 전당’까지 보인다. 박물관 규모로는 세계 6위, 관람객 수로는 세계 10위이자 아시아 1위, 15만 점의 유물과 작품을 보관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1의 박물관이지만 연관검색어에 대표작품, 대표유물이 아니라 입장료와 가는 길이 뜨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박물관, 미술관의 역사는 물론 고고학, 미술사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점, 여러 번의 국제전쟁과 일제강점기, 나라를 거의 통째로 박살냈던 한국전쟁 등으로 인한 치명적인 파괴는 많은 유물과 작품들이 우리 손을 떠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런 비극을 극복하고자 번듯한 박물관도 만들고, 공부 열심히 해서 연구자들도 많이 길러냈으며,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기 위해 외국으로도 많이 뛰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모여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뭔가 여전히 아쉽다. 건물도 짓고, 사람도 가르치고, 물건도 찾아오고 있는데 뭔가 아쉽다. 모두가 인정하는 명품, ‘루브르’ 하면 '모나리자'하는 것처럼 딱 떠오르는 명품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견과 몽유도원도>는 우리의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한 ‘명품만들기 프로젝트’ 관점하에 주목할 만한 책이다. “굳이 명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냐”, “만들어진 명품이 진짜 명품이냐” 등 복잡하게 들어가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어려운 얘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책부터 들춰보기 시작한다. 

 
한국미술사의 또다른 이름, 안휘준

저자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

저자 이름이 들어가는 자리를 보니 ‘안휘준’이라는 이름 석 자가 선명하다. 안휘준은 누구인가? 안휘준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면 어디 가서 그래도 미술사 책 좀 넘겼구나 하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모른다면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머나먼 미국 땅으로 건너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미술사, 그것도 한국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우리나라 대학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미술사학과에서 교수를 시작해(그는  한국에서 공채제도를 통해 교수가 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32년간 한국미술사를 가르치며 28권의 책과 118편의 논문을 써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을 쓰자면 토해냈다.

제자들 또한 화려해 현재 한국에서 미술사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열이면 아홉이 그의 제자일 가능성이 높다. 대중적으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물론 학계, 관계, 언론계, 미술계 등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그에게 한국미술사를 배우지 않은 사람, 적어도 그의 책을 교과서로 삼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약간의 과장을 버무린다면 안휘준은 한국미술사라는 것을 출범시키고 지금까지 만들어온 장본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안휘준이라는 사람이 선택한 안견과 '몽유도원도'라는 주제를 가진 책이다.

안휘준의 전공은 조선 초기 회화사로, 이 책은 그가 수행한 안견과 '몽유도원도' 연구의 엑기스를 모아놓은 것이다. 한글과 영문으로 된 논문, 각종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 참고문헌과 자료, 관련도판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을 이런 것들로만 추어올릴 수는 없다. 책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그런 미덕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이 책에 있다는 얘기다.

 
<안견과 몽유도원도>

무엇보다 이 책은 소스가 참 풍부하다. 안견이라는 사람과 '몽유도원도'라는 작품은 스토리가 풍부하다는 면에서 참 훌륭한 작가이고 작품이다.

TV드라마 사극에서 몇 년을 주기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세조, 즉 수양대군과 그 주변의 이야기이다. '몽유도원도'는 형인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안평대군이 후원했던 안견의 작품으로,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광경을 안견이 듣고 불과 3일 만에 그려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이 신비스러운 그림에 당대의 명사들이 찬시를 덧붙인다.

유력한 왕족이었던 안평대군 주위에는 특히 시서화에 능한 명사들이 많았는데 이 가운데 세종조를 대표하는 인물 21명이 그림을 찬하는 시를 지은 것이다. 이 21명의 명사들 가운데는 신숙주, 정인지, 박연, 김종서, 박팽년, 이현로, 성삼문 등 우리가 익히 들어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 명필로 소문이 난 안평대군이 직접 붓을 들어 문장을 적으니 그림과 시와 서예가 한 곳에 모인 것이 바로 '몽유도원도'이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안견 이야기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는 과정에서 죽어나간 사람들 가운데 동생 안평대군이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런데 통상 이렇게 정적들 가운데 핵심인물이 제거되면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패키지로 제거되기 마련인데 안평대군의 후원을 받던 안견은 용케 목숨을 건진다. 목숨을 건진 정도가 아니라 안견의 아들은 후일 벼슬길에 나아가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나름 줄을 제대로 갈아탄, 성공적인 환승 사례라고 할 것이다. 도대체 안견은 어떻게 살아났는가?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안견은 안평대군에게서 멀어지려고 안평대군이 아끼는 먹을 훔친다. 그리고 안평대군이 보는 앞에서 훔친 먹을 일부러 떨어뜨려 의도적으로 대군이 화가 나게끔 만든다. 그렇게 안견이 안평대군으로부터 멀어진 이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안평대군 그룹은 제거되지만 안견만은 살아남게 된 것이다. 이건 프랑스 혁명 이후 자코뱅당의 당원으로 활동하며 자코뱅당 지도부의 그림을 그리던 자크 루이 다비드가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황급히 나폴레옹 쪽으로 기울어 그의 대관식 그림을 그렸던 모양새와 유사해 보인다.


to be continued :
한국미술의 명품을 위하여 - <안견과 몽유도원도>(2)로 이어집니다.

글 | 학술팀 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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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륜동 전씨 2010.09.03 17:40 신고 / Delete / Reply

    안휘준 선생님, 인자해 보이네요~ ^^

    • 그렇죠? 아마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기자간담회날인 것 같습니다. 간담회 마치시고 뿌듯하신 표정..^^

      by 사평 at 2010.09.06 08:50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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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그만 상반기가 끝나버렸네요.
그 바람에 미처 올 상반기 사회평론에서 펴낸 책들을 살펴볼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요,
다소 뒤늦었지만 올 상반기 독자님들께 선보인 사회평론의 책들을 아래에 간략히 소개 드립니다.

영어학습서와 학회지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림상이 비교적 단촐합니다.
그렇지만 책 한 권 한 권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무게는 일당백이라고 자부합니다.
실제 대부분 책들이 분량도 만만찮고 가격도 좀 쎄죠? ^^;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지음 | 2010-01-29 | 476쪽 | 22,000원
감히 주장하건대 올 상반기 최대의 문제적 도서. 저자가 7년간 직접 보고 겪은 삼성의 추악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삼성공화국'에서는 결코 화제가 되어선 안 되는 불온도서였다. 당연히(?) 주류언론들로부터 보도는 물론 광고조차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이미 15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이 책을 구매함으로써 '진실'의 행렬에 동참했다. 

브루스 트리거의 고고학사 | 브루스 트리거 지음 | 성춘택 옮김 | 2010-02-26 | 632쪽 | 30,000원
고고학사를 하나의 독립된 고고학 분과로 발전시킨 고고학사 연구의 백미.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인 고고학이 '현재'의 사회, 문화 및 지성과 어떤 연관을 맺고 변화, 발전해왔는지를 '존재론적 유물론과 인식론적 실재론의 시각'에서 정리했다. 1989년 초판을 새롭게 고쳐 쓴 2006년 개정판을 성춘택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미디어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形象權) | 유일상 지음 | 2010-03-05 | 575쪽 | 30,000원
'방북사건'의 주인공 임수경씨의 결혼식 장면을 호화 웨딩드레스가 유행한다는 TV뉴스 보도의 자료화면으로 방영했다면 이에 대한 초상권 침해 여부는? 저작권법, 특히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저작권과 사생활권의 중간 영역에 놓인 퍼블리스티권(형상권)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실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제의 정답은 책 속에!

글로벌 시대의 다문화교육 | 원진숙 외 지음 | 2010-03-22 | 294쪽 | 18,000원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 다문화가정의 초중고생만도 약 2만5천 명에 이르고 있는 현재, 백의민족의 순혈주의는 더이상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서울교육대 다문화교육연구원의 전공 교수 7명이 전국의 교육현장에서 '다문화 교육론'을 가르칠 때 기본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집필한 책이다. 다문화라는 아직은 낯선,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 이수형 외 지음 | 함태영 박영준 엮음 | 2010-04-15 | 588쪽 | 30,000원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보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반도. 그럼에도 한때 이데올로기의 덧칠 없이는 '안전보장'을 논하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민주화시대 안전보장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안전보장 연구의 기초적 이론서라 할 수 있다.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3 - 결합하라! 렐러나운의 관계대명사 문장 | 장영준 글 | 어필프로젝트 그림 | 2010-04-16 | 174쪽 | 9,800원
2006년 2월 첫 권을 출시한 이래 182주 동안 어린이 영어 부문 연속 1위를 차지한 베스트셀러 시리즈의 13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복잡한 영문법 원리를 만화로 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7월말 14권이 나올 예정이며, 100만부 돌파를 곧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이자 (사)사단법인 영어교육평가연구회 추천도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수직 통합의 경제학 | 안현효 외 지음 | 2010-04-29 | 340쪽 | 30,000원
지난 10년 간 진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것을 토대로 전력산업의 합리적인 수직 통합을 제시한다. '민영화는 나쁜 것이고 공공성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사례에 대한 연구와 경제적/법적/정치적/사회적/안보적/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그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밝혀낸다.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 김경욱 외 지음 | 2010-05-12 | 356쪽 | 15,000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었다"며 기술 혁신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인문학도들은 '어느 것도와 아무 것도 사이의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17명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모았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 안휘준 지음 | 2010-06-23 | 392쪽 | 18,000원
중국미술의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중국미술보다 더 뛰어나 '청출어람'의 경지에 오른 한국미술의 우수성과 독자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출어람' 경지에 오른 약 60여 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과 글씨, 조선 후기의 청화백자조차 60여 점에 들지 못할 만큼 '청출어람' 작품의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시민과 세계 17호 | 참여사회연구소 엮음 | 2010-07-01 | 465쪽 | 15,000원
참여연대의 부설연구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참여민주사회를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이론을 모색하는 글들을 엮어 펴내고 있다. 이번호 특집 주제는 '연대의 도전 그리고 활로'로 '친복지연대를 꿈꾸며' '노동 양극화와 연대의 위기' '시민운동과 연대의 과제' '분단 극복의 유일한 길 : 연대와 협력' 등의 글이 실렸다. 동시대 논점으로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 2 - 그 이어지는 이야기 | 사회평론 편집부 엮음 | 2010-07-12 | 344쪽 | 7,800원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이후의 풍경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가 미처 그려내지 못한 그같은 현실을 자료와 기록을 통해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와 <삼성을 생각한다 2>는 두 권으로 나눠진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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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만의 매력을 찾아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매력이란 사전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라고 합니다.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각자 모두들 자신만의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들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죠. 

그래서 다들 자신감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나섭니다. 그런데 대체로 우리는 이런 매력을 외부에서만 찾고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매력을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크게 확대해보면 우리는 문화에서도 이런 면을 종종 발견하기도 합니다. 특히 미술에서 우리는 한국미술만의 독특함이란 무엇일까 곰곰히 고민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전보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한국미술'의 본질적 특징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가 안 된 것은 사실입니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은 우리 미술만의 특징이 잘 담겨진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미술은 특히 일본과 중국 미술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한국미술만의 매력보다는 우리가 중국에서 받은 것이나 일본에 준 것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래서 저자 안휘준 교수는 한국미술은 정확히 어떤 미술인지 함께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한국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미술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중국미술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그들보다 뛰어난 경지에 올랐던, 중국미술에서는 발견할 수 없던 한국미술 작품들만을 골라 한국미술이 어떤 미술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은 단순히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문화재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수천년간 한국미술이 중국미술과의 관계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어떻게 발현했으며 동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미술을 '청출어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청출어람에 오른 작품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백제 금동대향로]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먼저 백제의 금동대향로입니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중반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 주변을 발굴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향로입니다. 이 작품이 발견될 당시부터 끊임없이 정말 백제 작품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대형의 향로는 지금껏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없던 터라 더욱 그러했죠. 그래서 2000년대 초반 이 향로만을 위한 학술대회까지 개최되었고 백제 금동대향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이루어졌고 지금 이 작품은 중국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한국작품으로 판명났습니다. 

향로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의기(의례용 기물) 중 하나로 불교와 도교적 성격이 강한 기물입니다. 대체로 향로의 기원을,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국의 남북조시대 불상을 보시면 불상의 대좌 아래 사자와 함께 향로가 표현된 것을 발견할 수 있구요, 끝이 뾰족하고 몸통이 둥글고 큰 이와 같은 형태의 향로를 '박산향로'라고 합니다. 기록상 한나라 때부터 사용된 향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 향로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양한 도상이 매우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화려하게 장식을 했다기보다 특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각각의 도상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각 도상들은 고대인들이 생각하는 우주관에 따른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여러 향로들이 있습니다만 이와 같이 다채로운 도상을 활용한 대형의 향로는 현재까지 발견된 바가 없습니다.

[신라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국적 논란... 신라불상으로 보는 까닭은?

다음은 신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한국미술 관련 대형 전시 때 꼭 한번씩 출품되는 단골 불상이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두 점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이 작품은 삼산관을 쓴 반가사유상으로 국보 83호에 지정된 작품입니다. 몇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되기 전에 두 불상이 함께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편 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학자들 사이에서 국적 논란이 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 불상을 보는 양식적 관점에 따라 그 국적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서 안휘준 선생님은 한국, 중국, 일본의 불상들의 특징을 고려할 때 백제보다는 신라가 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얼굴 표현에서 이목구비와 턱 등의 표현양식은 다른 신라불상과 그 계통을 같이 하는 점이 신라 불상으로 보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 불상은 일본 교토 고류지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불상은 재질상 한국의 소나무를 사용한 것이 확실한 작품인데다, 이 작품과 관련한 <일본서기>의 문헌기록으로 볼 때도 신라에서 들어온 불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일본 고류지의 미륵반가사유상은 사실 원래 지금의 모습은 아닙니다. 1920~30년대 보수를 하면서 몇 밀리미터씩 불상을 깎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따라서 보수전 사진을 찾아 보면 지금보다 약간 통통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답니다.

이렇듯 신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으면서도 일본 불상조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각으로 7세기 불상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가히 청출어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 석굴암] 불교미술의 결정체

석굴암은 누구나 한번쯤 다 가본 아주 유명한 유적지이지요. 석굴암의 조성배경이나 이후 석굴암 보수공사 등에 대해서는 여러 책들을 통해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석굴암은 그 기원을 인도와 중국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 지역들의 석굴양식이나 불보살상의 배치는 차이을 보이고 있습니다. 석굴암을 이야기하기 앞서 경북 군위의 삼존석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군위의 삼존석굴은 석굴암이 조성되기 이전 한국의 석굴사원 조성의 기원과 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군위 삼존석굴은 분명 석굴암에 비해 규모와 표현기법 등의 면에서 뒤떨어지나 석굴암이 조성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점과 삼국시대 불상 양식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는 석굴입니다.

이러한 석굴 조성은 석굴암에 와서 완성이 되었고 이후 충북 월악산의 미륵리사지 등까지 석굴 조성의 맥은 이어집니다. 다만 석굴암에 비해 조형적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토착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석굴암의 본존과 좌우의 보살 및 10대제자, 팔부중 등은 불교미술의 결정체입니다. 도상의 완벽한 이해에 따른 배치의 면에서 불교에 대한 독자적 이해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구요, 각 상들의 표현 방식은 당시 당나라에서 시작된 삼곡자세를 받아들이고 사실주의적 조각기법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8세기의 중국 당나라 불상과 일본의 헤이안시대 불상들과 비교해보면 먼저 최대한 장식을 줄이고 암질의 효과를 최대한 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불상들은 재질상 같은 화강암을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 불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석굴암의 경우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지나친 장식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전체적으로 종교적 숭고미라고 하는 측면에서 종교미술만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존불의 양식은 이후 8~9세기 통일신라 불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좌상의 경우 무릎 앞 불의가 부채꼴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석굴암 조성 이후 통일신라는 정치적, 사상적으로 급변하면서 불교 조각에도 영향을 미쳐 경주를 중심으로하는 중앙 양식을 벗어나 점차 지역별로 토착화 지방화되는 양식을 보인다고 합니다.

[고려 수월관음도] 세밀한 표현과 색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

그리고 고려로 넘어오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미술문화재를 꼽으라고 하면 우리들은 주저없이 청자와 불화를 이야기합니다. 통일신라시대를 정점으로 불교조각이 전성기를 이루었다면 고려는 이와 달리 청자와 불화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물론 고려시대 불상조각 역시 대형의 철불이나 화려한 금동불, 목조불, 건칠불 등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어 고려적인 특징을 잘 발현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려불상은 통일신라시대에 비해 도식화된 측면이 강하고 조형적으로도 추상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고려 후기 조성된 불화는 그 이전 시대나 이후 조선시대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고려를 대표하는 작품들입니다. 현재 약 130여점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중 약 10여 점만이 국내에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일본에, 그 외에는 미국, 프랑스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고려불화는 국적마저 중국이나 일본의 작품으로 알려져 그 존재가치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고려불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국대의 정우택 교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려불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고려불화는 중국의 요대 불화나 원대 불화와도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특히 수월관음도의 경우 그 도상이 매우 유사하여 그들과의 문화적 교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 속에서 고려불화는 세밀한 표현과 색감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일본 역시 다양한 불화를 제작해왔습니다만, 고려불화가 가지고 있는 귀족적이면서 우아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고려불화를 보시면 대체로 조선시대의 불화에 비해 크기가 작고 단독상이거나 주요 불보살상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고려불화가 단순한 구도와 불보살상을 표현한 것은 주 사용계층이 귀족이나 왕실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사찰과 개인 저택에서 이를 예배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당시 지식인들로 불교의 교리와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굳이 서사적인 설명을 작품속에서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현재 고려불화는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이라 고려 전기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전통이 계승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고려 후기 이후 조선 전기 불화와의 관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강진 무위사의 <백의관음> 벽화를 비롯 강진 도갑사 이자실 필의 <32관음응신도>, 문정왕후 발원 불화 같은 왕실발원 불화에서 구도와 필선을 통해 고려불화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모방은 새로운 창작의 시초

지금까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 나오는 몇몇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대적 특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는데요, 이들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문화는 배타성을 버릴 때 더 멀리 도약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미술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중국 역시 주변의 문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인 사례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지금의 잣대로만 보아서 마치 중국문명은 '한족'이 만든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구마라집같은 경전을 한자로 번역한 서역승이 없었더라면 중국의 불교문화도 발전 속도가 매우 더뎠겠지요. 인종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중국 역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능동적인 수용자세를 보여온 것입니다. 그것을 과연 모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청출어람'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과거 선조들이 말하던 '방(倣)'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조선시대 많은 회화작품들을 보면 '倣 00산수' 등과 같이 누군가의 작품을 따라그렸다는 의미로 앞에 방(倣)이란 말을 넣습니다. 이 방은 예술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그의 예술적 경지를 체험하고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말입니다. 조선의 화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화가들 역시 앞선 시대의 작가들과 작품을 '방'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경지를 일궈냈습니다. 동아시아 예술에서 하나의 전통이지요. 

이들의 모방은 단순히 베껴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방작들은 작가들 자신만의 개성과 이해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청출어람'은 말 그대로 스승을 통해 스승을 넘어선 제자를 말합니다. 이들 중국과 조선의 화가들 역시 전대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청출어람을 이루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방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이들의 작품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지로 나가려는 의지와 열망은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시초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글 | 학술팀 밥(米)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반양장) - 10점
안휘준 지음/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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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입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도 거리를 다녀도 모두 붉은 색입니다. 모두들 지난 밤의 축구 경기 결과로 이야기 꽃을 피우죠. 뜨거운 월드컵 열기 와중에 저희 출판사에서는 조용히(?) 한국미술에 관한 신간 한 권이 나왔습니다.

 (짜앙~ 바로 이 책이어요)

이름하야...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이 책의 저자는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입니다. 
근데 왜 '청출어람'이냐고요? 그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은 같은 한국미술은 대체 어떤 미술일까? 그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미술에 많은 영향을 준 중국미술을 뛰어넘어 독보적인 경지에 이른 한국미술을 '청출어람'이라고 규정하고 이 경지에 오른 한국미술을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특징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음...
먼저 안휘준 교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부연 설명드리자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학계를 제외하곤 그간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 "그런가?"하고 의문 부호를 던질 수 있겠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나 최근 출간된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의 저자 이태호 교수 등을 가르치신 선생님이랍니다. 

 (바로 이 분이 안휘준 교수님입니다. 앙~다문 입매가 무서우신가요? ㅎㅎ)

근데 단지 유명인의 스승이라서 대단하시냐고요? 그건 결코 아닙니다. 유홍준 교수나 이태호 교수 등과 같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미술사학자들 대부분이 안휘준 교수가 그동안 닦아 놓은 한국미술사를 위한 기초 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 후에 폐허만 남은 우리 미술사, 먹고 사는 데 급급해 "그림이 뭐간디, 밥 한술 먹어주냐" 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쭉 '문화는 미래의 쌀'이라고 생각했던 분 중 한 분이랍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우리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바로 알자는 공감을 형성하고 이땅의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게 된 것도 이처럼 연구실에서 그 기초를 닦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흠... 생각해보니 이 역시 또 하나의 '청출어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각설하고.  
지난 6월 14일 월요일 저녁 6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의 저자 안휘준 교수님의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 한국일보, 연합뉴스, 문화일보, 서울경제신문 등 일간지와 유니온 프레스, 뉴데일리 등등 인터넷 매체의 기자분들께서 참석해 주셨습니다.

(화정박물관의 주요 관계자 및 실무자, 미술사학계, 각 언론사 기자 등등 약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각 언론사의 여러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는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화정박물관의 '화정미술사강연'의 여러 관계자 분들도 함께하셨습니다. 화정박물관 관장님을 비롯 '화정미술사강연' 기획위원인 서울대 이주형 교수 및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 화정미술사강연에서 강연을 하셨거나 앞으로 하실 4분의 강연자분들도 함께하셨습니다. 게다가 미술사학계에서도 한국미술사학회장 최공호 교수를 비롯 여러 연구자들도 오셨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중인 안휘준 교수님)

(청출어람의 경지에 오른 우리 미술작품 선정에 대한 질문 중인 기자와 조촐하기 그지 없는 몸매의 00)

기자간담회 중에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님의 질문도 있었는데요, 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이 빠지게 되었는지 안휘준 교수님께 물어보셨습니다.

안휘준 교수님은 추사의 경우, 비록 뛰어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예술가임은 틀림없지만 그의 작품을 볼 때 그것이 꼭 중국의 왕희지나 조맹부의 서체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없는 데다 중국풍이 확연해 한국성이 일부 결여된 점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청출어람'의 경지에 든 작품들은 모두 한국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보편성을 확보한 작품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기자간담회 후 화정박물관이 마련한 저녁식사 중인 여러 참석자들)

                     (간담회가 끝나고 환담을 나누는 서울대 이주형 교수님과 싸~장님)

                               (행사 후 한자리에 모인 한국미술사학계의 거목들) 

마지막 사진은 저자 안휘준 교수님과 한국미술사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불리는 여러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입니다. 좌측부터 초상화 분야의 대가 조선미 성균관대 교수, 한국불교조각 분야의 대가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 그리고 맨 우측은 우리나라의 중앙아시아 미술사를  개척한 권영필 상지대 석좌교수입니다. 이 분들은 화정박물관의 '화정미술사강연회'의 주요 강연자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각 우리는... 호랑이는 굶어도 풀은 안 뜯어먹듯, 프로들은 밥을 나중에 먹는다는 사회정의를 구현 중이었습니다. T.T

     (밥은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며 걱정게이지 따위는 낮춰 달라는 강철 같은 의지의 손바닥)

이 날의 기자간담회는 저녁 6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구요, 안휘준 교수님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의 서문 낭독을 통해 이 기자간담회를 연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왜 한국미술이 청출어람이라고 불리는지, 청출어람으로 선정되지 못한 여러 작품들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사실, 저희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고, 행여나 행사 당일 기자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좌불안석이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기자간담회는 큰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

                   (학술팀 국보자매 00양과 00양 성공적인 간담회를 기원하며...)

글 | 학술팀 밥(米)


관련기사 보기>>
[동아일보] 진경산수화는 'OK', 세한도는 'NO'(이광표 기자)
[중앙일보] "우리 미술문화와 역사 공정한 평가작업 필요"(이경희 기자)
[서울경제] "한국미술, 中 영향 받았으나 더 높은 경지 올라"(조상인 기자)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반양장) - 10점
안휘준 지음/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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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류화개 2010.06.17 09:53 신고 / Delete / Reply

    근데 청출어람의 경지를 이룩한 우리 미술품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짝 보여주시면 좋겠네요^^

    •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책 안내 및 책에 실린 주요 작품에 대한 소개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다른 포스팅을 통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by 사평 at 2010.06.17 10:39 신고 / delete
  2. 추양 2010.06.17 10:24 신고 / Delete / Reply

    앗.....선배님 정말 고생많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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