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드릴 뉴욕 서점은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반스앤노블' 유니언 스퀘어 점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12번가 모퉁이에서 빨간 천막에 흰 글씨로 'STRAND BOOKSTORE'로 씌어진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적 서점인 '스트랜드 서점'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세계적인 문학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스트랜드서점에서는 중고서적(헌책)만을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면 오른쪽 천막에 씌어진 대로('OLD RARE NEW') 신간과 희귀본 도서 등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천막에는 '18 MILES OF BOOKS'란 문구가 씌어 있는데(각도를 잘못 잡아 잘 안보이네요 T.T), 
서점이 소장하고 있는 신간/중고서적들을 모두 늘어놓으면 18마일(약 29km)이나 된다는 뜻이죠.
권수로는 250만 권이 넘는다는군요.@.@
서점은 지하 1층, 지상 3층입니다.
2, 3층 창문으로 잔뜩 쌓아놓은 책들이 보이시죠?(음, 이 역시 희미하게...T.T)


서점 1층 건물 밖으로는 1달러 할인 가판대가 빙 둘러 놓여 있습니다.
보물찾기를 잘 하시는 분이라면 '로또 대박'을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뉴욕 길거리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먹으려고 해도 3달러나 지불해야 합니다.


서점 1층 입구 모습입니다.
비슷한 오후 시간대에 찾았는데, '반스앤노블'에 비해 제법 붐비는 모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서적은 기본적으로 반값 이하에 판매하고,
신간도 대개는 25% 정도 할인해 판매하기 때문에,
뉴요커들 가운데는 반스앤노블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른 뒤
조금 걸어 내려와 스트랜드서점에서 같은 책을 싸게 사는 '실속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1층 매장에 들어섰을 때 제일 처음 눈에 띈 건 바로 카운터 위에 큼지막하게 씌어 있는 'ASK US'란 문구였습니다.
주제별, 작가별로 책들이 정리돼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 책 저 책 뒤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원하는 책을 빨리 찾고 싶을 땐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싶네요.
1층 매장 한 편에선 스트랜드 로고가 새겨진 모자, 머그컵, 티셔츠, 노트와 
헝겊가방(tote bag) 등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트랜드 가방은 관광객들에게 인기품목이라, 서점 주최로 가방 디자인 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저도 정작 책은 1권도 안 샀으면서 가방은 아내 선물용으로 하나 구입했습니다. ^^


'반스앤노블'과 달리 책장이 빽빽히 들어서 있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지하 매장은 천정에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아 마치 창고 같은 분위기입니다.
에어콘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온갖 헌책 냄새들이 뒤엉켜 묘한 향내(?)를 풍기더군요.
'북원더러' 서진님은 <뉴욕, 비밀스런 책의 도시>(푸른숲)에서
"반스 앤드 노블이 백화점이라면 이곳은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는 또 "책을 여유 있게 고르기가 어렵다. 카페는커녕 앉을 공간도, 의자도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바닥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또한 천정에 닿을 듯한 책장에서 책을 고르려면 사다리 타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겠구요.


이 할머니 독자분처럼 여러 권의 책들을 구입하는 경우 '책바구니'는 필수입니다.
책바구니 역시 로고 바탕색과 같이 빨간 색인데, 서점 입구에서 나눠줍니다. 


지하를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는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언론이 서점을 소개한 기사들이 액자로 장식돼 있습니다.


다른 쪽 계단 벽면에는 또 뉴욕 서점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기도 하구요.
스트랜드서점은 1927년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유니언 스퀘어에서 아스토 플레이스(Astor Place)에 이르는, 
'책길(Book Row)'이라 불렸던 거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Book Row'란 이름은 그곳 거리에 그만큼 서점이 많았기 때문인데,
한때 48개나 되는 서점들이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스트랜드서점만이 살아남아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로는 1956년 이전했다고 합니다.


2층에 있는 어린이 책 코너입니다.
다른 책장과 매대들에 비해 비교적 널찍하게 공간이 구성돼 있는 편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도 매주 열리는 듯하군요.


희귀본 책들은 이렇듯 유리선반에 보관된 채 진열되고 있습니다.
몇백 달러는 기본이고, 몇천 달러가 넘는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경(Lord Byron, 1788~1824)의 시집
<헤브라이 노래(Hebrew Melodies)>(1815년) 초판본의 책값은 3,500달러로 매겨져 있었습니다.


서진님의 언급과 달리 의자가 아주 없는 건 아니더군요.
2층 창가 밑에 2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서점 2층 창에서 내려다 본 거리 모습입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길이 바로 브로드웨이입니다.

스트랜드서점은 겨울철을 지나고 4월이 되면 이렇듯 센트럴파크 옆에 야외 가판대(Kiosk)를 차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음에 맞는 책 한 권을 산 다음 센트럴파크에 들어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그만한 호사도 없을 듯싶었습니다.
어쨌든,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스트랜드서점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의 경우도 그렇지만 뉴욕에서도 중고서적 서점(헌책방)은 계속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창업자로부터 3대를 내려오며 운영하고 있는 스트랜드서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서점도 운영하고,
여러 이벤트도 기획하고, 특별한 서비스 상품('Books By The Foot'라는 이름으로
가죽 장정의 고풍스런 책들로 서가를 장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미래를 낙관만 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스트랜드서점 홈페이지(www.strandbooks.com)의 서점 소개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창업자의 아들인 프레드 베스(Fred Bess) 부부와 그의 딸 낸시 베스(Nancy Bass Wyden)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William Peter and Ava Rose Wyden)이 함께한 사진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밝게 웃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스트랜드서점이 3대에서 그저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얻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죠?


글 사진 | 디지털사업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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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mondcho 2010.06.04 10:26 신고 / Delete / Reply

    교보문고도 바구니가 있지만 빨간 바구니가 더 예뻐보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여기서 끝은 아니죠? 더 많은 이야기 기다립니다^^

    • 별 내용도 없는 글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점 밑천이 딸려가는데(T.T), 아무튼 정리되는 대로 계속 뉴욕 이야기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by 사평 at 2010.06.06 21:53 신고 / delete
  2. yemundang 2010.06.19 16:01 신고 / Delete / Reply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곳이군요. 뉴욕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저도 언젠가 이 곳에 가볼 기회가 오겠죠? ^^

    • 바쁜 척하다 보니, 댓글을 늦게 봤습니다.^^ 사랑스러운 곳은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시간이 없어 급히 둘러보는 바람에 그 사랑스러움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는 거...T.T 예문당님께선, 뉴욕에 가시면 스트랜드서점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하고 오세요~

      by 사평 at 2010.06.22 18:42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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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5월 12일) 2010 서울 국제도서전을 다녀왔습니다.
16일까지 5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죠.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도서전의 이번 주제는 '책과 통하는 미래, 미래와 통하는 책'.
국내 출판사/서점 등 600여개 회사와 해외 20여개 나라에서 70여개 출판사가 참가했다고 합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부스입니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인 프랑스 측에서 마련한 부스죠.


 '한국, 프랑스를 읽다'라는 주제로 100여개 출판사에서 1,800여 종의 다양한 도서를 전시하고,
24개 프랑스 출판사 관계자들이 방문해 저작권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도 여러 테이블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제 귀에는 "@##$%%^@*!@*&^%&", 이렇게 들리더군요. ㅠ.ㅠ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유명 프랑스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행사장에서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은
서울 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시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사우디아라비아 부스입니다.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 한국번역서를 공짜(!)로 나눠주고 있더군요.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짜라기에 저도 감사히 한 권 챙겨왔습니다. ^^


한 일본 출판사 부스인데요, 만화 여주인공 복장의 코스프레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만화는 '19금'인 듯싶더군요. 아이 동반 아빠엄마께선 주의 요망!


'문학동네'에서 마련한 부스입니다.
백퍼센트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국내 출판사 가운데는 가장 근사해 보이는 부스였어요.


돌베개 출판사 부스인데, 책보다는 액자에 자꾸 눈길이 갔다는...


국내 출판사 대부분이 자신의 책들을 10~30% 정도 할인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골라 골라"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어린이책의 경우 50% 이상 할인판매하고 있는 곳도 있더군요.


세계 각국의 그림책을 전시해놓은 코너도 있었는데,
이쪽 분야에 문외한인 저로서도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책은 눈에 띄더군요.


그림책 코너에 있는 한 스페인출판사에서 펴낸 그림책입니다.
세계적인 명화의 주인공을 개구리, 닭, 오리 등 동물로 둔갑시켰는데,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그림은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을 바꾼 거구요.


도서전이라고 해서 책만 있는 건 아니죠.
책과 관련한 다양한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었는데,
한편에선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작은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도서전의 주제(책과 통하는 미래, 미래와 통하는 책)에서 드러나듯
전자책(eBook) 관련한 많은 부스들이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인터파크의 비스킷 부스이구요,


여기는 교보문고,


그리고 이곳은 북센.
여러 전자책 단말기들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놓았더군요.


그러나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아이패드'.
한 부스에선 중국 작가의 <삼국지> 만화를 아이패드에 띄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계신 분들끼리 나누는 말씀을 슬쩍 들어보니,
만화책보다는 아이패드에 대한 문의가 더 많은 듯,
우스개로 "삼국지 말고 아이패드를 팔 걸 그랬나?"라고 하시더군요. ^^


국립중앙도서관에선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는데,
머리가 세신 할아버지와 손자뻘 되는 학생이 나란히 서비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에 한 순간 므흣!
책 좋아하는 데는 노소의 구별이 있을 수 없죠.


전시장의 B홀 아동관에는 어린이책들만 모아놓았습니다.
팝업북은 물론 별의별 어린이책들이 다 있더군요.


이번 전시회의 주제처럼 책이 미래와 통하기 위해선 새롭고 획기적인 단말기 개발 등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미래의 독자들과 책이 먼저 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이 꼬마숙녀처럼 모든 어린이들이 어릴 적부터 책과 친숙해져,


이 소녀처럼 주위 환경에 아랑곳없이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무럭무럭 자라나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출판사들은 더욱 정성껏 좋은 책들을 많이 만들어내야겠구요.

이상 두서없이 사진과 함께 둘러본 서울 국제도서전 참관기였습니다.

아래는 보너스 컷.


B홀 어린이책 전시장 한 켠엔 아이와 엄마를 위한 수유실도 마련돼 있어요.
아마 아빠들은 출입금지인 듯.
그래서 저도 안에는 못들어가봤다는...


아참, 이날 코엑스 3층에선 출판유통진흥원 주최로 국제 출판전문가들을 초청해 
'급변하는 출판환경과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습니다.

'서울 국제도서전' 입장권은 일반/대학생 3,000원, 초중고 1,000원이고,
미취학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은 무료 입장입니다. 
 
서울 국제도서전 홈페이지로 가려면 클릭 ☞

글·사진 | 디지털사업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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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인출판사(백민열) 2010.05.13 18:03 신고 / Delete / Reply

    후기 잘 보았습니다. 항상 정열적이고 멋진 모습에 많이 배웁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감사하고, 부끄럽습니다. 도서전은 다녀오셨는지요?

      by 사평 at 2010.05.13 18:23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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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회평론 어린이팀에서 갓 수습 딱지를 뗀 어리버리 신입사원 Park모 양입니다. ^^

얼마 전 4월 20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의 맨 뒤편 편집자 란에 제 이름 석자를 올렸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 시절에는 (아직도 병... 병아리지만요.) 막연히 편집 일이 글을 다듬고 또 다듬는, 글에 죽고 글에 사는 노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정말 버라이어티하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점점... (울컥) 편집자는 해야 할 일이 2000가지도 넘는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들으면 듣는 대로 일이 다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혼연일체가 되어 고개를 2000번 끄덕이게 됩니다.

네- 힘들었습니다. 체력보다 정신적으로 긴장한 날들이어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이 정신적으로 소모한 날들이 많았지요. 힘든 요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꽤 많았습니다. 글을 편한 마음으로 쓰면서 하나씩 되짚어 보겠습니다. 격한 마음에 두서없을 지도 몰라요. ^^

우선 제가 담당하고 있는 책 소개를 할게요.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제가 맡은 책은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라는 어린이 영문법 학습만화입니다. 아이를 둔 어머님들이라면 많이들 아실 것 같은데요. 인터넷서점 어디에 들어가든 어린이 영어 부문에서 Top을 달리고 있는 유명한 ‘그 책’이지요. 


그래서 병아리 신입인 저에겐 부담감도 그만큼 컸답니다. 무엇보다 영어라는 대한민국 No.1 외국어를 다루는 책이기에 정확성이 매우 중요해서 영어 문장 하나, 철자 하나, 띄어쓰기, 대문자와 소문자 하나에도 민감해야 했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만든 책이기 때문에 재미가 보장되어야 하죠. 

학습만화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학습이고, 또 학습이 재미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체크 포인트였습니다. 책의 특징을 균형있게 잘 잡아내어 내용 안에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했습니다. 또 재미와 학습이 제대로 담겨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성적 판단 못지 않게 어느 정도 주관적인 감이 들어가는 판단이기 때문에 다수가 동의를 하지 않는 부분은 언제나 수정-재수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답니다. (하악...)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12권 출간 준비에 들어갔고, 전 자연스레 스토리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주인공이 쓰는 대사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공부하는 영어 문장이기 때문에 정확해야 하고, 만화는 스토리 전개에 따라 시선이 따라가기 때문에 그 시선을 따라 적재적소에 영어 문장을 녹여내는 것도 (아, 말이 주체할 수 없이 반복되고 길어지네요. 감이 오시죠...?)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서 영어 문장을 외쳐야 할지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었으니 한 편의 학습영화를 만든다는 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컷! 컷!) 전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소재가 재미없거나 스토리 배경에 비추어 볼 때 어색할 경우, 쓰고자 하는 영어 문장을 사용하기가 까다로운 배경일 경우 가차 없이 '빠꾸'가 되고, 회의가 수시로 거듭되었습니다.

몸은 지치고, 눈은 따갑고, 어깨는 무겁고...

영어 문장은 실제 저자이신 장영준 교수님과 영어 산업에 몸담고 계신 여러 분들을 통해 최종 확인을 거듭 받았습니다. 다른 작업도 많았기 때문에 틈틈이 시간을 내어 흑석동 외근, 서교동 외근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서교동, 82XX 번호판을 달고 함께 달려주신 택시기사님, 감사드려요...♡) 그 과정에서 스토리의 특성에 맞춘 영어 문장도 만나는 분마다 설명을 해야 했기에 방문, 사내 회의, 메일 교환 등 다양한 분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오갔지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스토리가 나오고 최종적으로 시놉시스로 완성된 후 펜터치 단계-채색 단계로 순차적으로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만화의 경우 색이 칠해지지 않은 펜터치 이미지가 있고 그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채색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각 단계 작업을 해주시는 분마다 스타일, 작업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스케줄을 예상대로 맞추어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책 한 권이 나오는데 작업 분량, 작업 시간을 셈해놓고 기획부터 제작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작은 부분이라도 틀어질 경우 편집자의 입장, 출판사의 입장이나 책을 기다리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비 효과를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는 셈이지요.

예상 출간일이 다가올수록 작업량은 많아지고 시간은 촉박해졌습니다. 편집자부터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까지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되구요. 편집자의 야근=디자이너의 야근으로 이어지면서 힘든 만큼 책은 자신의 탄생을 기다리며 신이 나서 ‘나를 인쇄소로 보내달라! 보내달라!’ 속으로 꽤 많이 외쳤을 겁니다. 

디자인실에 찾아가서는 야근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청포도, 딸기의 싱싱한 비타민C를 함께 톡톡 씹어 먹으며 힘내라는 말 대신 알고 있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 만화 이야기들로 서로 삼십분의 격려를 나눴답니다. 음, 격려란 단어보다 한 마디 말도 필요 없는 든든함과 믿음이라고 하는 게 거짓말 같지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 예상대로 일이 안 풀릴 때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몸도 따라 힘들어지지만 그래도 체력이 떨어질수록 함께 일하는 재미는 이렇게 좋았습니다. (디자인실장님이 쏘신 까만 떡볶이와 튀김은 정말 이 블로그에도…)

조판까지 마무리를 하고 디자인실에서 문을 나서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연희동의 으슥한 골목에 늘어진 모든 가로등이 꺼지고 50년대에 볼법했을 진짜 어둑한 밤을 눈앞에서 확인했습니다. 몸은 지치고 눈은 따갑고 어깨는 무겁고 싸늘한 바람은 두 볼을 샤샥~ 다음날 필름 검판을 앞두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몸은 둔감해졌지요. 택시를 타고 서강대교를 지나는데 밖 풍경을 보며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간판 하나에도 띄어쓰기를 연습하다

"기사님, 89.1MHz 라디오 좀 틀어주시겠어요?"

네, 드라마를 찍긴 했지만 강변을 따라 달리면서 편집자에 대한 많은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웠던 점, 욕심이 나는 점, 힘들었던 점, 억울했던 점. 집까지 돌아오는 데 생각할 거리가 많아 금방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부터 필름 검판, 인쇄까지… 편집자가 다룰 수 없는 영역으로 책은 점점 멀어져 가고 책이 오자 하나 없이 건강히, 무사히 나와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4월 20일 두둥!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3권>이 제 품에 꼭 안겨졌답니다. (울컥 또 울컥..)

그날 이후로 지금 이 시간까지 열심히 그램그램 신문 광고, 온라인 배너 광고를 만들면서 우리 책이 전국 아이들에게 사랑받기를 염원하며 보듬고 또 보듬고 있습니다. 첫 표지 필름은 집에 모셔다 두고요. (저의 사수 XX선배님, 너무 좋은 기념 선물인 것 같아요!)

다음 아이를 또 다이나믹하게, 하지만 프로페셔널하게 받아내기 위해 열심히 내공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편집자가 된 후부터는 1초가 예전의 1초가 아님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습니다.(‘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간판 하나에도 띄어쓰기를 연습하고 오자를 찾아보고 메일에 적힌 두 문장도 비문인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걸 보면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지든 아니든 편집자가 되고 있긴 하나 봅니다.

밀도 높은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을 하나 받아낸 후부터 가끔 깨지고 벙어리가 되어도 남들이 못 보는 심미안까지 모두 탄탄하게 갖춘 그런 편집자요. (그래서 시간이 참… 걸릴 것 같은데 회사에서 목숨이 어떻게 될지는… 덜덜)

처음 낸 책에 대해 쓰는 편집자의 분투기이기도 하고 다른 작업도 제 손을 기다리고 있어 다소 감정적으로 두서없이 써내려간 부분이 많지만, 진심은 느껴지시나요? ^^

편집자 아닌 분들이 편집자를 보시면 ‘편집자, 열심히 생동감 있게 사는구나.’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토닥토닥 어깨도 두드려 주시구요. (아무도… 아무도… 흐흑) 다양한 성격,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날고 있는 공간이지만 고민과 기쁨(?)은 모두 비슷한 농도로 나누고 있다는 것. 그게 의심되지 않아 힘들지만 더 해 볼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긴 수다를 읽어주셔서.

어리버리한 편집자가 활짝 어깨 펼 수 있게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자, 자, 인터넷서점 교보, 예스, 알라딘, 인터파크에서는 13권 전 세트가 35%할인 특가 판매 중입니다! 모두 고고씽! 아니면 주위에 추천을?! (찡긋-)

글 | 어린이팀 Park모양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13권 세트 - 전13권 - 10점
장영준 지음, 어필 프로젝트 그림/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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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emundang 2010.05.06 10:05 신고 / Delete / Reply

    이 책이 보통 몇세부터 보나요? 저희 큰아이가 6살인데, 마법천자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푹 빠졌는데, 4권 보고 있어요. 공룡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이 책은 공룡도 나오나보군요.
    급 관심이 생깁니다.

    바로 이런거에요~ 삼성을 생각한다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해주시니... 넘 좋습니다. ㅎㅎㅎ

  2. Park모 양 2010.05.06 16:38 신고 / Delete / Reply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초등학생 3-4학년을 대상으로 기획되었지만, 영문법을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어린이, 청소년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뻔한 광고같지만 정확한 답변일 것 같습니다. (정말루요! ^^)
    아이들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었고 쉽게 거기서 또 한번 더 쉽게 해설을 해놓았기 때문에 이해가 무척 쉽지요. 판타지 공간에서 영문법의 영자도 모르는 주인공들이 영문법 모험을 하는 거라 실제 독자인 아이들도 함께 이입하며 영어를 즐기게 되지요.
    강력히 추천합니다!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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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뜨겁게 - 10점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사회평론
삼성을 생각한다 - 10점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 10점
이동진 외 지음/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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