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 그만 상반기가 끝나버렸네요.
그 바람에 미처 올 상반기 사회평론에서 펴낸 책들을 살펴볼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요,
다소 뒤늦었지만 올 상반기 독자님들께 선보인 사회평론의 책들을 아래에 간략히 소개 드립니다.

영어학습서와 학회지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림상이 비교적 단촐합니다.
그렇지만 책 한 권 한 권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무게는 일당백이라고 자부합니다.
실제 대부분 책들이 분량도 만만찮고 가격도 좀 쎄죠? ^^;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지음 | 2010-01-29 | 476쪽 | 22,000원
감히 주장하건대 올 상반기 최대의 문제적 도서. 저자가 7년간 직접 보고 겪은 삼성의 추악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삼성공화국'에서는 결코 화제가 되어선 안 되는 불온도서였다. 당연히(?) 주류언론들로부터 보도는 물론 광고조차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이미 15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이 책을 구매함으로써 '진실'의 행렬에 동참했다. 

브루스 트리거의 고고학사 | 브루스 트리거 지음 | 성춘택 옮김 | 2010-02-26 | 632쪽 | 30,000원
고고학사를 하나의 독립된 고고학 분과로 발전시킨 고고학사 연구의 백미.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인 고고학이 '현재'의 사회, 문화 및 지성과 어떤 연관을 맺고 변화, 발전해왔는지를 '존재론적 유물론과 인식론적 실재론의 시각'에서 정리했다. 1989년 초판을 새롭게 고쳐 쓴 2006년 개정판을 성춘택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미디어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形象權) | 유일상 지음 | 2010-03-05 | 575쪽 | 30,000원
'방북사건'의 주인공 임수경씨의 결혼식 장면을 호화 웨딩드레스가 유행한다는 TV뉴스 보도의 자료화면으로 방영했다면 이에 대한 초상권 침해 여부는? 저작권법, 특히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저작권과 사생활권의 중간 영역에 놓인 퍼블리스티권(형상권)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실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제의 정답은 책 속에!

글로벌 시대의 다문화교육 | 원진숙 외 지음 | 2010-03-22 | 294쪽 | 18,000원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 다문화가정의 초중고생만도 약 2만5천 명에 이르고 있는 현재, 백의민족의 순혈주의는 더이상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서울교육대 다문화교육연구원의 전공 교수 7명이 전국의 교육현장에서 '다문화 교육론'을 가르칠 때 기본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집필한 책이다. 다문화라는 아직은 낯선,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 이수형 외 지음 | 함태영 박영준 엮음 | 2010-04-15 | 588쪽 | 30,000원
분단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보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반도. 그럼에도 한때 이데올로기의 덧칠 없이는 '안전보장'을 논하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민주화시대 안전보장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안전보장 연구의 기초적 이론서라 할 수 있다.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3 - 결합하라! 렐러나운의 관계대명사 문장 | 장영준 글 | 어필프로젝트 그림 | 2010-04-16 | 174쪽 | 9,800원
2006년 2월 첫 권을 출시한 이래 182주 동안 어린이 영어 부문 연속 1위를 차지한 베스트셀러 시리즈의 13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복잡한 영문법 원리를 만화로 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7월말 14권이 나올 예정이며, 100만부 돌파를 곧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이자 (사)사단법인 영어교육평가연구회 추천도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수직 통합의 경제학 | 안현효 외 지음 | 2010-04-29 | 340쪽 | 30,000원
지난 10년 간 진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것을 토대로 전력산업의 합리적인 수직 통합을 제시한다. '민영화는 나쁜 것이고 공공성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사례에 대한 연구와 경제적/법적/정치적/사회적/안보적/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그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밝혀낸다.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 김경욱 외 지음 | 2010-05-12 | 356쪽 | 15,000원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었다"며 기술 혁신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인문학도들은 '어느 것도와 아무 것도 사이의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17명 선배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모았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 안휘준 지음 | 2010-06-23 | 392쪽 | 18,000원
중국미술의 많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중국미술보다 더 뛰어나 '청출어람'의 경지에 오른 한국미술의 우수성과 독자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출어람' 경지에 오른 약 60여 점의 작품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과 글씨, 조선 후기의 청화백자조차 60여 점에 들지 못할 만큼 '청출어람' 작품의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시민과 세계 17호 | 참여사회연구소 엮음 | 2010-07-01 | 465쪽 | 15,000원
참여연대의 부설연구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참여민주사회를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이론을 모색하는 글들을 엮어 펴내고 있다. 이번호 특집 주제는 '연대의 도전 그리고 활로'로 '친복지연대를 꿈꾸며' '노동 양극화와 연대의 위기' '시민운동과 연대의 과제' '분단 극복의 유일한 길 : 연대와 협력' 등의 글이 실렸다. 동시대 논점으로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 2 - 그 이어지는 이야기 | 사회평론 편집부 엮음 | 2010-07-12 | 344쪽 | 7,800원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이후의 풍경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가 미처 그려내지 못한 그같은 현실을 자료와 기록을 통해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와 <삼성을 생각한다 2>는 두 권으로 나눠진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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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만의 매력을 찾아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매력이란 사전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라고 합니다.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각자 모두들 자신만의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들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죠. 

그래서 다들 자신감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찾아나섭니다. 그런데 대체로 우리는 이런 매력을 외부에서만 찾고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매력을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크게 확대해보면 우리는 문화에서도 이런 면을 종종 발견하기도 합니다. 특히 미술에서 우리는 한국미술만의 독특함이란 무엇일까 곰곰히 고민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전보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한국미술'의 본질적 특징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가 안 된 것은 사실입니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은 우리 미술만의 특징이 잘 담겨진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미술은 특히 일본과 중국 미술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한국미술만의 매력보다는 우리가 중국에서 받은 것이나 일본에 준 것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래서 저자 안휘준 교수는 한국미술은 정확히 어떤 미술인지 함께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한국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미술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중국미술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에도 그들보다 뛰어난 경지에 올랐던, 중국미술에서는 발견할 수 없던 한국미술 작품들만을 골라 한국미술이 어떤 미술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은 단순히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문화재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수천년간 한국미술이 중국미술과의 관계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어떻게 발현했으며 동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미술을 '청출어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청출어람에 오른 작품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백제 금동대향로]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먼저 백제의 금동대향로입니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중반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 주변을 발굴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향로입니다. 이 작품이 발견될 당시부터 끊임없이 정말 백제 작품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대형의 향로는 지금껏 한국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없던 터라 더욱 그러했죠. 그래서 2000년대 초반 이 향로만을 위한 학술대회까지 개최되었고 백제 금동대향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이루어졌고 지금 이 작품은 중국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한국작품으로 판명났습니다. 

향로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의기(의례용 기물) 중 하나로 불교와 도교적 성격이 강한 기물입니다. 대체로 향로의 기원을,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국의 남북조시대 불상을 보시면 불상의 대좌 아래 사자와 함께 향로가 표현된 것을 발견할 수 있구요, 끝이 뾰족하고 몸통이 둥글고 큰 이와 같은 형태의 향로를 '박산향로'라고 합니다. 기록상 한나라 때부터 사용된 향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 향로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양한 도상이 매우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화려하게 장식을 했다기보다 특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각각의 도상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각 도상들은 고대인들이 생각하는 우주관에 따른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여러 향로들이 있습니다만 이와 같이 다채로운 도상을 활용한 대형의 향로는 현재까지 발견된 바가 없습니다.

[신라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국적 논란... 신라불상으로 보는 까닭은?

다음은 신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한국미술 관련 대형 전시 때 꼭 한번씩 출품되는 단골 불상이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두 점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이 작품은 삼산관을 쓴 반가사유상으로 국보 83호에 지정된 작품입니다. 몇년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되기 전에 두 불상이 함께 전시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한편 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학자들 사이에서 국적 논란이 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 불상을 보는 양식적 관점에 따라 그 국적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서 안휘준 선생님은 한국, 중국, 일본의 불상들의 특징을 고려할 때 백제보다는 신라가 제작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얼굴 표현에서 이목구비와 턱 등의 표현양식은 다른 신라불상과 그 계통을 같이 하는 점이 신라 불상으로 보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 불상은 일본 교토 고류지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과도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불상은 재질상 한국의 소나무를 사용한 것이 확실한 작품인데다, 이 작품과 관련한 <일본서기>의 문헌기록으로 볼 때도 신라에서 들어온 불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일본 고류지의 미륵반가사유상은 사실 원래 지금의 모습은 아닙니다. 1920~30년대 보수를 하면서 몇 밀리미터씩 불상을 깎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따라서 보수전 사진을 찾아 보면 지금보다 약간 통통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답니다.

이렇듯 신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으면서도 일본 불상조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각으로 7세기 불상조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가히 청출어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 석굴암] 불교미술의 결정체

석굴암은 누구나 한번쯤 다 가본 아주 유명한 유적지이지요. 석굴암의 조성배경이나 이후 석굴암 보수공사 등에 대해서는 여러 책들을 통해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석굴암은 그 기원을 인도와 중국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 지역들의 석굴양식이나 불보살상의 배치는 차이을 보이고 있습니다. 석굴암을 이야기하기 앞서 경북 군위의 삼존석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군위의 삼존석굴은 석굴암이 조성되기 이전 한국의 석굴사원 조성의 기원과 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군위 삼존석굴은 분명 석굴암에 비해 규모와 표현기법 등의 면에서 뒤떨어지나 석굴암이 조성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점과 삼국시대 불상 양식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는 석굴입니다.

이러한 석굴 조성은 석굴암에 와서 완성이 되었고 이후 충북 월악산의 미륵리사지 등까지 석굴 조성의 맥은 이어집니다. 다만 석굴암에 비해 조형적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토착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석굴암의 본존과 좌우의 보살 및 10대제자, 팔부중 등은 불교미술의 결정체입니다. 도상의 완벽한 이해에 따른 배치의 면에서 불교에 대한 독자적 이해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구요, 각 상들의 표현 방식은 당시 당나라에서 시작된 삼곡자세를 받아들이고 사실주의적 조각기법을 완벽하게 소화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8세기의 중국 당나라 불상과 일본의 헤이안시대 불상들과 비교해보면 먼저 최대한 장식을 줄이고 암질의 효과를 최대한 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의 불상들은 재질상 같은 화강암을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우리 불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석굴암의 경우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 지나친 장식을 배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전체적으로 종교적 숭고미라고 하는 측면에서 종교미술만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존불의 양식은 이후 8~9세기 통일신라 불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좌상의 경우 무릎 앞 불의가 부채꼴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석굴암 조성 이후 통일신라는 정치적, 사상적으로 급변하면서 불교 조각에도 영향을 미쳐 경주를 중심으로하는 중앙 양식을 벗어나 점차 지역별로 토착화 지방화되는 양식을 보인다고 합니다.

[고려 수월관음도] 세밀한 표현과 색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

그리고 고려로 넘어오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미술문화재를 꼽으라고 하면 우리들은 주저없이 청자와 불화를 이야기합니다. 통일신라시대를 정점으로 불교조각이 전성기를 이루었다면 고려는 이와 달리 청자와 불화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물론 고려시대 불상조각 역시 대형의 철불이나 화려한 금동불, 목조불, 건칠불 등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어 고려적인 특징을 잘 발현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고려불상은 통일신라시대에 비해 도식화된 측면이 강하고 조형적으로도 추상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고려 후기 조성된 불화는 그 이전 시대나 이후 조선시대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고려를 대표하는 작품들입니다. 현재 약 130여점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들 중 약 10여 점만이 국내에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일본에, 그 외에는 미국, 프랑스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고려불화는 국적마저 중국이나 일본의 작품으로 알려져 그 존재가치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고려불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국대의 정우택 교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려불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고려불화는 중국의 요대 불화나 원대 불화와도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특히 수월관음도의 경우 그 도상이 매우 유사하여 그들과의 문화적 교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 속에서 고려불화는 세밀한 표현과 색감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일본 역시 다양한 불화를 제작해왔습니다만, 고려불화가 가지고 있는 귀족적이면서 우아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고려불화를 보시면 대체로 조선시대의 불화에 비해 크기가 작고 단독상이거나 주요 불보살상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고려불화가 단순한 구도와 불보살상을 표현한 것은 주 사용계층이 귀족이나 왕실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사찰과 개인 저택에서 이를 예배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당시 지식인들로 불교의 교리와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굳이 서사적인 설명을 작품속에서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현재 고려불화는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이라 고려 전기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전통이 계승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고려 후기 이후 조선 전기 불화와의 관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강진 무위사의 <백의관음> 벽화를 비롯 강진 도갑사 이자실 필의 <32관음응신도>, 문정왕후 발원 불화 같은 왕실발원 불화에서 구도와 필선을 통해 고려불화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모방은 새로운 창작의 시초

지금까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 나오는 몇몇 작품들을 중심으로 시대적 특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는데요, 이들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문화는 배타성을 버릴 때 더 멀리 도약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미술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중국 역시 주변의 문화를 수용하고 받아들인 사례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지금의 잣대로만 보아서 마치 중국문명은 '한족'이 만든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구마라집같은 경전을 한자로 번역한 서역승이 없었더라면 중국의 불교문화도 발전 속도가 매우 더뎠겠지요. 인종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중국 역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능동적인 수용자세를 보여온 것입니다. 그것을 과연 모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청출어람'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과거 선조들이 말하던 '방(倣)'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조선시대 많은 회화작품들을 보면 '倣 00산수' 등과 같이 누군가의 작품을 따라그렸다는 의미로 앞에 방(倣)이란 말을 넣습니다. 이 방은 예술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그의 예술적 경지를 체험하고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말입니다. 조선의 화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화가들 역시 앞선 시대의 작가들과 작품을 '방'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경지를 일궈냈습니다. 동아시아 예술에서 하나의 전통이지요. 

이들의 모방은 단순히 베껴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방작들은 작가들 자신만의 개성과 이해를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청출어람'은 말 그대로 스승을 통해 스승을 넘어선 제자를 말합니다. 이들 중국과 조선의 화가들 역시 전대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청출어람을 이루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방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이들의 작품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지로 나가려는 의지와 열망은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시초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글 | 학술팀 밥(米)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반양장) - 10점
안휘준 지음/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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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입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도 거리를 다녀도 모두 붉은 색입니다. 모두들 지난 밤의 축구 경기 결과로 이야기 꽃을 피우죠. 뜨거운 월드컵 열기 와중에 저희 출판사에서는 조용히(?) 한국미술에 관한 신간 한 권이 나왔습니다.

 (짜앙~ 바로 이 책이어요)

이름하야...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이 책의 저자는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입니다. 
근데 왜 '청출어람'이냐고요? 그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은 같은 한국미술은 대체 어떤 미술일까? 그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미술에 많은 영향을 준 중국미술을 뛰어넘어 독보적인 경지에 이른 한국미술을 '청출어람'이라고 규정하고 이 경지에 오른 한국미술을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특징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음...
먼저 안휘준 교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부연 설명드리자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학계를 제외하곤 그간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 "그런가?"하고 의문 부호를 던질 수 있겠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나 최근 출간된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의 저자 이태호 교수 등을 가르치신 선생님이랍니다. 

 (바로 이 분이 안휘준 교수님입니다. 앙~다문 입매가 무서우신가요? ㅎㅎ)

근데 단지 유명인의 스승이라서 대단하시냐고요? 그건 결코 아닙니다. 유홍준 교수나 이태호 교수 등과 같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미술사학자들 대부분이 안휘준 교수가 그동안 닦아 놓은 한국미술사를 위한 기초 위에서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 후에 폐허만 남은 우리 미술사, 먹고 사는 데 급급해 "그림이 뭐간디, 밥 한술 먹어주냐" 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쭉 '문화는 미래의 쌀'이라고 생각했던 분 중 한 분이랍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우리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바로 알자는 공감을 형성하고 이땅의 문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게 된 것도 이처럼 연구실에서 그 기초를 닦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흠... 생각해보니 이 역시 또 하나의 '청출어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각설하고.  
지난 6월 14일 월요일 저녁 6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의 저자 안휘준 교수님의 기자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 한국일보, 연합뉴스, 문화일보, 서울경제신문 등 일간지와 유니온 프레스, 뉴데일리 등등 인터넷 매체의 기자분들께서 참석해 주셨습니다.

(화정박물관의 주요 관계자 및 실무자, 미술사학계, 각 언론사 기자 등등 약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각 언론사의 여러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는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화정박물관의 '화정미술사강연'의 여러 관계자 분들도 함께하셨습니다. 화정박물관 관장님을 비롯 '화정미술사강연' 기획위원인 서울대 이주형 교수 및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 화정미술사강연에서 강연을 하셨거나 앞으로 하실 4분의 강연자분들도 함께하셨습니다. 게다가 미술사학계에서도 한국미술사학회장 최공호 교수를 비롯 여러 연구자들도 오셨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중인 안휘준 교수님)

(청출어람의 경지에 오른 우리 미술작품 선정에 대한 질문 중인 기자와 조촐하기 그지 없는 몸매의 00)

기자간담회 중에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님의 질문도 있었는데요, 왜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그림이 빠지게 되었는지 안휘준 교수님께 물어보셨습니다.

안휘준 교수님은 추사의 경우, 비록 뛰어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예술가임은 틀림없지만 그의 작품을 볼 때 그것이 꼭 중국의 왕희지나 조맹부의 서체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없는 데다 중국풍이 확연해 한국성이 일부 결여된 점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청출어람'의 경지에 든 작품들은 모두 한국적 색채가 강하면서도 보편성을 확보한 작품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기자간담회 후 화정박물관이 마련한 저녁식사 중인 여러 참석자들)

                     (간담회가 끝나고 환담을 나누는 서울대 이주형 교수님과 싸~장님)

                               (행사 후 한자리에 모인 한국미술사학계의 거목들) 

마지막 사진은 저자 안휘준 교수님과 한국미술사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불리는 여러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입니다. 좌측부터 초상화 분야의 대가 조선미 성균관대 교수, 한국불교조각 분야의 대가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 그리고 맨 우측은 우리나라의 중앙아시아 미술사를  개척한 권영필 상지대 석좌교수입니다. 이 분들은 화정박물관의 '화정미술사강연회'의 주요 강연자들이기도 합니다.

그 시각 우리는... 호랑이는 굶어도 풀은 안 뜯어먹듯, 프로들은 밥을 나중에 먹는다는 사회정의를 구현 중이었습니다. T.T

     (밥은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며 걱정게이지 따위는 낮춰 달라는 강철 같은 의지의 손바닥)

이 날의 기자간담회는 저녁 6시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구요, 안휘준 교수님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의 서문 낭독을 통해 이 기자간담회를 연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왜 한국미술이 청출어람이라고 불리는지, 청출어람으로 선정되지 못한 여러 작품들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사실, 저희는 이번 기자간담회를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고, 행여나 행사 당일 기자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내내 좌불안석이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기자간담회는 큰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

                   (학술팀 국보자매 00양과 00양 성공적인 간담회를 기원하며...)

글 | 학술팀 밥(米)


관련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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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리 미술문화와 역사 공정한 평가작업 필요"(이경희 기자)
[서울경제] "한국미술, 中 영향 받았으나 더 높은 경지 올라"(조상인 기자)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반양장) - 10점
안휘준 지음/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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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류화개 2010.06.17 09:53 신고 / Delete / Reply

    근데 청출어람의 경지를 이룩한 우리 미술품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짝 보여주시면 좋겠네요^^

    • <청출어람의 한국미술> 책 안내 및 책에 실린 주요 작품에 대한 소개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다른 포스팅을 통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by 사평 at 2010.06.17 10:39 신고 / delete
  2. 추양 2010.06.17 10:24 신고 / Delete / Reply

    앗.....선배님 정말 고생많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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