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드릴 뉴욕 서점은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반스앤노블' 유니언 스퀘어 점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12번가 모퉁이에서 빨간 천막에 흰 글씨로 'STRAND BOOKSTORE'로 씌어진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적 서점인 '스트랜드 서점'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세계적인 문학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스트랜드서점에서는 중고서적(헌책)만을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면 오른쪽 천막에 씌어진 대로('OLD RARE NEW') 신간과 희귀본 도서 등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천막에는 '18 MILES OF BOOKS'란 문구가 씌어 있는데(각도를 잘못 잡아 잘 안보이네요 T.T), 
서점이 소장하고 있는 신간/중고서적들을 모두 늘어놓으면 18마일(약 29km)이나 된다는 뜻이죠.
권수로는 250만 권이 넘는다는군요.@.@
서점은 지하 1층, 지상 3층입니다.
2, 3층 창문으로 잔뜩 쌓아놓은 책들이 보이시죠?(음, 이 역시 희미하게...T.T)


서점 1층 건물 밖으로는 1달러 할인 가판대가 빙 둘러 놓여 있습니다.
보물찾기를 잘 하시는 분이라면 '로또 대박'을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뉴욕 길거리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먹으려고 해도 3달러나 지불해야 합니다.


서점 1층 입구 모습입니다.
비슷한 오후 시간대에 찾았는데, '반스앤노블'에 비해 제법 붐비는 모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서적은 기본적으로 반값 이하에 판매하고,
신간도 대개는 25% 정도 할인해 판매하기 때문에,
뉴요커들 가운데는 반스앤노블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른 뒤
조금 걸어 내려와 스트랜드서점에서 같은 책을 싸게 사는 '실속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1층 매장에 들어섰을 때 제일 처음 눈에 띈 건 바로 카운터 위에 큼지막하게 씌어 있는 'ASK US'란 문구였습니다.
주제별, 작가별로 책들이 정리돼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 책 저 책 뒤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원하는 책을 빨리 찾고 싶을 땐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싶네요.
1층 매장 한 편에선 스트랜드 로고가 새겨진 모자, 머그컵, 티셔츠, 노트와 
헝겊가방(tote bag) 등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트랜드 가방은 관광객들에게 인기품목이라, 서점 주최로 가방 디자인 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저도 정작 책은 1권도 안 샀으면서 가방은 아내 선물용으로 하나 구입했습니다. ^^


'반스앤노블'과 달리 책장이 빽빽히 들어서 있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지하 매장은 천정에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아 마치 창고 같은 분위기입니다.
에어콘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온갖 헌책 냄새들이 뒤엉켜 묘한 향내(?)를 풍기더군요.
'북원더러' 서진님은 <뉴욕, 비밀스런 책의 도시>(푸른숲)에서
"반스 앤드 노블이 백화점이라면 이곳은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는 또 "책을 여유 있게 고르기가 어렵다. 카페는커녕 앉을 공간도, 의자도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바닥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또한 천정에 닿을 듯한 책장에서 책을 고르려면 사다리 타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겠구요.


이 할머니 독자분처럼 여러 권의 책들을 구입하는 경우 '책바구니'는 필수입니다.
책바구니 역시 로고 바탕색과 같이 빨간 색인데, 서점 입구에서 나눠줍니다. 


지하를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는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언론이 서점을 소개한 기사들이 액자로 장식돼 있습니다.


다른 쪽 계단 벽면에는 또 뉴욕 서점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기도 하구요.
스트랜드서점은 1927년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유니언 스퀘어에서 아스토 플레이스(Astor Place)에 이르는, 
'책길(Book Row)'이라 불렸던 거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Book Row'란 이름은 그곳 거리에 그만큼 서점이 많았기 때문인데,
한때 48개나 되는 서점들이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스트랜드서점만이 살아남아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로는 1956년 이전했다고 합니다.


2층에 있는 어린이 책 코너입니다.
다른 책장과 매대들에 비해 비교적 널찍하게 공간이 구성돼 있는 편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도 매주 열리는 듯하군요.


희귀본 책들은 이렇듯 유리선반에 보관된 채 진열되고 있습니다.
몇백 달러는 기본이고, 몇천 달러가 넘는 책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경(Lord Byron, 1788~1824)의 시집
<헤브라이 노래(Hebrew Melodies)>(1815년) 초판본의 책값은 3,500달러로 매겨져 있었습니다.


서진님의 언급과 달리 의자가 아주 없는 건 아니더군요.
2층 창가 밑에 2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서점 2층 창에서 내려다 본 거리 모습입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앞에 보이는 길이 바로 브로드웨이입니다.

스트랜드서점은 겨울철을 지나고 4월이 되면 이렇듯 센트럴파크 옆에 야외 가판대(Kiosk)를 차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음에 맞는 책 한 권을 산 다음 센트럴파크에 들어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그만한 호사도 없을 듯싶었습니다.
어쨌든,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스트랜드서점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의 경우도 그렇지만 뉴욕에서도 중고서적 서점(헌책방)은 계속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창업자로부터 3대를 내려오며 운영하고 있는 스트랜드서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서점도 운영하고,
여러 이벤트도 기획하고, 특별한 서비스 상품('Books By The Foot'라는 이름으로
가죽 장정의 고풍스런 책들로 서가를 장식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미래를 낙관만 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스트랜드서점 홈페이지(www.strandbooks.com)의 서점 소개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창업자의 아들인 프레드 베스(Fred Bess) 부부와 그의 딸 낸시 베스(Nancy Bass Wyden)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William Peter and Ava Rose Wyden)이 함께한 사진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밝게 웃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스트랜드서점이 3대에서 그저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얻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겠죠?


글 사진 | 디지털사업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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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mondcho 2010.06.04 10:26 신고 / Delete / Reply

    교보문고도 바구니가 있지만 빨간 바구니가 더 예뻐보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여기서 끝은 아니죠? 더 많은 이야기 기다립니다^^

    • 별 내용도 없는 글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점 밑천이 딸려가는데(T.T), 아무튼 정리되는 대로 계속 뉴욕 이야기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by 사평 at 2010.06.06 21:53 신고 / delete
  2. yemundang 2010.06.19 16:01 신고 / Delete / Reply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곳이군요. 뉴욕도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저도 언젠가 이 곳에 가볼 기회가 오겠죠? ^^

    • 바쁜 척하다 보니, 댓글을 늦게 봤습니다.^^ 사랑스러운 곳은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시간이 없어 급히 둘러보는 바람에 그 사랑스러움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는 거...T.T 예문당님께선, 뉴욕에 가시면 스트랜드서점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하고 오세요~

      by 사평 at 2010.06.22 18:42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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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는 뉴욕에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뉴욕제과가 아니고, 미국에 있는 '섹스 앤 더 시티'의 그 뉴욕 맞습니다. 이곳 현지시각으로 24일 컨퍼런스 일정을 포함해 26일까지 열리는 Book Expo America(BEA) 2010을 참관하기 위해서 같은 부서의 똘씨님과 함께 뉴욕에 와 있습니다.

사회평론의 온라인서비스를 맡은 담당자들이 모두 뉴욕에 와 있어 서비스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면서, 아직 BEA 일정은 남았지만(BEA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소개드리기로 하고), 그 전에 뉴욕에 있는 서점들을 둘러보고, 그 서점에 대해 들었던 가장 깊은 인상을 대표사진 1장('반스 앤 노블'과 '스트랜드 서점'은 신간서적 서점과 중고서적 서점을 각각 대표하는 곳이라 봐줘서 2장^^)과 함께 우선 간단히 올려봅니다.

뉴욕 맨해튼에는 가판대를 제외하면 약 70여개의 서점이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서점의 숫자도 아닌데, 물론 일부러 찾아 다닌 까닭도 있겠지만, 맨해튼을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간혹은 엉뚱한 곳에서 서점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들어가 보면, 또 평일 낮시간이라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손님은 별로 없고 썰렁합니다.

각설하고,

먼저 미국 서점체인으로 가장 큰 '반스 앤 노블(Barns & Noble)'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라는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서점을 찾았습니다.
찾는 날 건물 외벽을 공사중이라 눈 앞에 두고도 잠시 헤맸습니다.

'반스 앤 노블'에서 제게 가장 인상에 깊었던 건 책이 아니라 건물 양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큰 대형 창문이었습니다.
의자(벤치가 아니라 개인용 의자)를 창가 밑에 등지게 쭉 늘어놓았는데,
자연채광으로 손님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그 모습이 좋더군요. 
그런데, 4층이나 되고 서점 내에 에스컬레이트까지 설치된 규모에 비해선 역시 너무 한적하다는...T.T
서가를 정리중이라 그런지 일부 빈 책장도 약간 더 그런 느낌을 들게 하죠?


'반스 앤 노블'이 그리 한가해 보이는 데는 아무래도 아마존 등 인터넷서점의 영향이 큰 듯싶은데,
그래서 그런지 '반스 앤 노블'에서 아마존 킨들의 대항마로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 'nook' 매장이 1층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크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반스 앤 노블'이 신간서적 서점으로 가장 크고 유명하다면,
중고서적 서점으로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은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입니다.
1927년 문을 열었다는데 '헌책방'으론 세계에서 넘버원이라고 합니다.
빼곡한 서가와 매대 등으로 인해 마치 창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계단에서 찍은 사진이다 보니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T.T


내부 모습보다 제게 더 인상적이었던 건 서점 외부 풍경이었습니다.
'18 MILES OF BOOKS'란 문구가 보이시죠?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늘어놓으면 18마일이나 된다는 뜻이라는데, 계속 숫자가 갱신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스 앤 노블'의 표어가 'The World's Largest Bookstore'인 것에 비하면 한결 운치가 있죠?
그 아래 서점 밖 매대들은 골라골라 무조건 1달러에 책을 파는 곳입니다.


'반스 앤 노블'에서 '스트랜드 서점' 본점으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서점이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입니다.
1981년 창업한 뉴욕의 손꼽히는 만화 전문서점이라는군요.
만화책은 물론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그래픽 노블의 히어로들에 대한
피규어, 포스터, 장난감 등등을 판매하고 있어 마치 재밌는 잡화상 같았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서점으로 뉴욕에서 가장 크다는 '북스 오브 원더(Books of Wonder)'의 모습입니다.
1980년 개장했다고 합니다.
생각보단 작은 규모였는데, 그래서 기대가 컸던 만큼 살짝 실망~. 


뉴욕대학교 근처에 있는 '세익스피어&Co.(Shakespeare & Co.)'입니다.
 원조는 1919년 파리에서 문을 열어 2차 대전으로 1941년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지금 뉴욕에 있는 서점은 그저 그 이름만 따왔을 뿐이라는군요.
 예술 분야가 유명한 뉴욕대 부근이라 그런지 영화, 디자인 등 예술 분야 서적이 중앙 매대에 집중 배치돼 있습니다.

'명품거리'로 유명한 뉴욕의 5번가에서 가까운 '리촐리 서점(Rizzoli Bookstore)'입니다.
샹들리에 조명에 체리목 책장, 그리고 책 안내를 해주시는 백발의 할머니 등
 마치 책을 좋아하는 장서가 귀족의 개인 서재에 초대받은 느낌이 드는, 그런 서점입니다.
무더운 날씨였는데 에어콘 대신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저녁을 먹기 위해 들렀던 한인타운에 있는 우리서점 '고려서적'입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펴낸 <삼성을 생각한다>도 매대 위를 당당히 장식하고 있더군요. ^^v
그런데 가격이 무려 44달러!

전문서점은 아니지만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MoMA가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품 안내서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팔고 있는데, 
당연히(!) 한국어 번역서적도 구비돼 있습니다.
서점 창밖에 저렇듯 한글로 선전문구가 장식돼 있기도 하구요.
반갑게 책은 구입했는데, MoMA를 방문한 날이 화요일, 휴관일이라 정작 관람은 못했습니다. T.T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고 밤길에 길 건너편에서 만난 서점 '보더스(Borders)'입니다.
'반스 앤 노블'에 맞먹는 규모의 대형 서점 체인이죠.
 책뿐만 아니라 CD, DVD, 문구류 등도 판매하고 스타벅스도 입점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밤에 밖에서 바라보기엔 맥도널드 매장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글 사진 | 디지털사업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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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미아빠 2010.05.28 13:45 신고 / Delete / Reply

    바다 건너온 글을 읽으니 더 반갑습니다.
    왠지 말미에 '이상 뉴욕에서 사회평론 ***입니다!'라는 멘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

    • 그러게 깜빡했네요. ^^; 현지에서 두서없이 급히 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서울에 돌아왔으니 뉴욕(도서전 포함)에서 보고 느낀 점을 조금씩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by 사평 at 2010.05.31 09:43 신고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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